부동산 손품노트 - 주택공약 분석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에 성공했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넘어가는 흐름과 출구조사 열세를 동시에 뒤집은 곳이 서울이었다. 선거 직후 부동산이 표심을 좌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민심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이슈가 아니다. 향후 총선과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매경플러스의 프리미엄 부동산 콘텐츠 <손품노트>는 오세훈 5선 시대 서울 부동산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다양한 1차 자료를 분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개표 데이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의 올해 서울 25개 구 전수 거래 기록, 오 시장이 공식 발표한 부동산·교통 공약과 서울시가 고시한 도시개발계획을 확인했다. 여기에 매일경제신문 데이터베이스(DB)를 비롯해 한국부동산원·KB부동산의 분석 자료,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현황, 핵심전략정비구역 명단 등 자료를 교차 검증했다. 추측이나 풍문이 아니라 실거래 데이터와 시가 공식적으로 고시한 기록이 분석의 기반이다.
1편에서는 부동산 민심 지도를 살펴봤다. 이번 편에서는 오 시장의 부동산 공약을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31만호 주택 공급이 실현 가능할지, 표심을 떠받친 정비사업이 실제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 직접적인 수혜지는 어디인지를 살펴본다.
吳시장 공급공약 분석
서울 부동산 정책 방향을 이해하려면 서울시의 과거 행보를 살펴봐야 한다.
서울시 주택정책지원센터 자료(2025년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 재개발 구역 지정 건수는 오세훈 1·2기 재임 시절(2006~2010년) 확대됐다가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인 2012~2020년에는 급감했다. 이 시기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정비구역 해제가 대거 단행됐다. 정비사업이 통상 10~20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공급 부족은 그 시기에 이미 예고된 셈이다. 오 시장은 2021년 복귀 이후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정비구역 재지정에 나섰다.
10년의 공백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 남긴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공급 절벽이다. 정비구역 해제로 정비사업마저 멈춰서면서 신규 주택 공급 경로 자체가 좁아졌다. 부동산 가격을 만드는 것은 결국 수요와 공급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갈수록 치솟는 상황에서 공급 확대는 누가 시장이 되더라도 필수적인 사안이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중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93%(3만3342가구)로 매년 80~90%대를 유지했고, 2026년은 83%(1만7641가구 전망)로 예상된다. 서울 신규 입주 물량의 대부분이 정비사업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31만 가구 착공 어떻게?주택 공약 핵심은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이다.
오 시장은 블로그에 게재한 공약집에서 △핵심전략정비구역 신속착공(이주·착공 단계 주요 사업지를 묶어 3년 내 8만5000호 신속 착공) △정비사업 하이패스 쾌속통합(추진위 없이 바로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동시 처리) △신통AI기획(AI 시스템을 통한 법령 검토·정비계획 신속 진행) △신통확산(구역지정부터 착공까지 전 단계로 신통기획 적용 확대) △SH신속통합(권리관계가 복잡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지역을 SH공사가 직접 진행) 등을 제시했다.
조합원 분담금 폭탄 제거 공약조합원 분담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됐다. 오 시장은 ‘조합원 분담금 폭탄 제거 7종 세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중 의미가 가장 큰 것은 고도지구 높이규제 혁파다. 한강 변 35층 높이 규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정량적 기준 삭제로 사실상 풀린 바 있다. 여기에 강북 고도지구의 높이 규제까지 완화되면 서울 전역에서 정량적 높이 규제가 실질적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힘 싣는다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 시장이 접전 속에서 당선된 이유로 주택 공급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민심’을 표로 연결한 전략이 꼽히기 때문이다. 고밀·고층 개발을 추진 중인 강남권·한강벨트 주요 재건축 단지와 강북 재개발 사업지에서 속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 시장은
강북에 12만가구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강남보다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허용 용적률 인센티브를 기존의 두 배인 최대 40%까지 주고, 남산과 북한산 등 경관 보호 때문에 제한한 높이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85곳 명단
서울시는 지난 2월 ‘정비사업 추진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253개 구역의 공정표를 전수 점검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조기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8만5815가구)을 ‘핵심 공급 전략사업’으로 선정했다. 관리처분과 이주·해체 단계를 밟고 있는 사업지가 선정 대상이다. 올해 착공 물량은 기존 2만3000호에서 3만299가구로 상향됐다. 내년엔 2만9876가구, 2028년엔 2만5640가구를 착공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핵심 전략정비구역은 추측이 아니라 행정 문서다. 재개발에 관심이 많은 실수요자라면 명단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공개한 85개 구역 명단에 따르면 2027년 착공 목표 31곳 중에는 동대문구 이문4(3502가구), 동작구 노량진1(2992가구), 은평구 불광5(2387가구), 성북구 신월곡1(2206가구), 양천구 신정4(1713가구), 강서구 방화5(1657가구), 용산구 한남2(1537가구), 송파구 가락삼익맨숀(1531가구),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1279가구) 등이 포함됐다.
2028년 착공 목표 30곳 중에서는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2698가구), 노원구 상계2(2200가구), 강북구 미아9-2(1758가구), 관악구 봉천14(1500가구), 동대문구 청량리6(1493가구), 강서구 방화3(1476가구), 성북구 정릉골(1411가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절반 이상이 재개발구역별로 뜯어보면 강남3구 재건축과 강북·서남권 재개발이 비슷한 비중으로 섞여 있다. 절반 이상이 재개발이다.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서울시가 절차 지원의 우선순위를 부여했다는 의미이지, 시장 변수(공사비, 조합 내부 갈등, 시공사 선정 여부 등)와 무관하게 착공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서울시는 핵심공급 전략사업에 ‘신속착공 6종 지원계획’을 적용한다. 조합에 전자총회를 도입하는 등 속도를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주비 대출 규제로 사업이 지연되는 현장을 위한 긴급 자금 수혈도 추진됐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 서울 전체 정비사업 수요에 비하면 작아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대출·세제 규제 때문에 서울시가 아무리 인허가를 줄여도 주민들이 이주비나 대체 주거지를 마련하지 못하면 착공으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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