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MOU 훈풍 기대
사우디·UAE 등 주요 피해시설
국내기업 시공 많아 수주 유리
이란 뺀 복구시장 규모는 26조
제재 해제·수익성 확보가 관건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중동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복구 시장이 국내 건설업계의 새 수주처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종전 이후 열릴 중동 재건 시장을 새로운 수주 돌파구로 보고 종전 가능성과 진출 시점을 저울질하는 중이다. 올해 중동 수주는 사실상 멈춰 있는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중동 지역 건설 수주는 12건, 5억6131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액(56억4174만달러)의 10%도 되지 않는 규모다.
그러나 종전과 함께 그동안 사실상 멈춰 섰던 신규 발주가 하반기부터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전쟁으로 파손된 인프라 재건 규모도 천문학적 수준이라 국내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지난 4월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 뤼스타드에너지는 이번 전쟁으로 손상된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의 복구 비용이 최대 580억달러(약 88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다만 단기간 내 수주가 가능한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 등 비이란 걸프 지역에 국한될 전망이다. 정작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 탓에 진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4월 NH투자증권 보고서는 이란을 제외한 중동 복구 시장 규모를 180억달러(약 26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특히 피해 시설 상당수가 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곳이라는 점이 전망을 밝게 한다. 설계 도면과 공법, 지반 특성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 원시공사가 재건 수주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중동 인프라 사업 수주 실적이 있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타격을 받은 국가가 다수 있다"며 "이 중에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시공한 시설도 있어 재건 사업 역시 해당 기업이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표 후보군은 현대건설과 삼성E&A,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이다. 현대건설은 1976년 사우디 주바일 산업항을 시작으로 아람코와 장기 파트너십을 쌓아 왔고, 2023년 3조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플랜트 2단계를 따냈다. 삼성E&A는 지난해 말 수주 잔액 17조7562억원의 51%가 중동·북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GS건설은 바레인·쿠웨이트·사우디 산업단지 시공에 참여했으며, 대우건설은 이라크 토목 사업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DL이앤씨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도 현장을 지킨 이력으로 이란 재건 시장이 열릴 경우 기회를 노릴 수 있다.
건설장비 업계도 전후 인프라 복구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건설장비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HD건설기계와 두산밥캣 등 국내 건설장비 업체들은 향후 발주 확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너지 기반설비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아직은 신중론이 우세하다. 장기간의 무력 충돌로 역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재원 위험수당과 보험료, 공사비 등 비용 부담이 함께 늘었다. 특히 이란은 제3국의 개인과 단체 간 거래까지 제재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풀려야 진출이 가능하다.
중동 수주 실적이 있는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사실상 수익을 낼 수 없는 조건의 재건 사업이라도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강요하면 건설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이란 제재가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본 국가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우려했다.
[박재영 기자 / 박승주 기자 / 이진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