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재개발 13곳
이주비 대출 조달 '먹구름'
대형건설사 몰린 강남 사업장
사업자가 직접 대출 지원해줘
강북의 모아타운·가로주택 등
소규모 사업장은 대출 어려워
정부의 대출총량 규제가 발목이주비 대출 규제로 서울 정비사업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한강벨트 등 핵심 입지의 사업장은 대형 건설사의 신용을 앞세워 추가 이주비를 조달하고 있지만, 중소 건설사가 맡은 외곽·소규모 정비사업장은 자금 조달이 막혀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6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이주비 대출 잔액은 지난 4월 기준 1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7조5000억원보다 7000억원 줄었고, 2년 전 19조원과 비교하면 2조2000억원 감소했다.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공사 기간 임시 거주지를 마련하거나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받는 것이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 상환하는 구조여서 일반 소비성 대출보다는 주택 공급을 위한 사업비 성격이 강하다.
은행권 이주비 대출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7조원대를 유지했지만, 같은 해 7월부터 16조원대로 낮아졌다. 6·27 대책으로 다주택자 대출이 막히고, 9·7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축소된 영향이다. 이후 10·15 대책으로 대출 최대 한도도 6억원으로 묶였다.
그나마 정부는 시공사가 자체 신용을 활용해 조달하는 '추가 이주비'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추가 이주비는 가계대출이 아니라 사업자 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 한강벨트의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는 금리가 다소 높더라도 추가 이주비 대출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추가 이주비 지원 조건을 앞세워 수주전에 나서고 있어서다.
반면 소규모 정비사업장은 사정이 정반대다. 이주를 앞둔 서울 정비사업장 28곳 가운데 소규모 사업장 4곳은 추가 이주비 조달이 막힌 상태다. 소규모이거나 외곽에 위치한 9곳도 시공사와 협상을 해야 하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중견·중소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데, 이들은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에 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도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이면서 핵심 입지인 사업장 위주로만 추가 이주비 대출을 내주고 있다.
중랑구의 한 모아타운 구역은 전체 조합원의 36.5%가 다주택자여서 추가 이주비 조달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증 규모가 커 시공사가 추가 이주비 보증에 난색을 보이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서구의 한 모아타운 사업지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입찰보증금 14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조합 관계자는 "보통 소규모 사업지 입찰보증금은 30억원 수준인데, 추가 이주비 대출 부담을 보증금에 반영하면서 금액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빠른 주택 공급이 가능한 소규모 사업지가 대출 규제로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건의를 받아 주택 공급 확대 측면에서 개선 방안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 차원의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 지원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여전히 강하다. 기본 이주비 대출은 가계대출로 잡히는 만큼 쉽게 풀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한 달 새 9조원 넘게 늘며 비상 관리에 들어간 상황도 부담이다. 이주비 대출만 LTV를 완화하면 규제 일관성이 흔들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다주택자 대출 규제 기조와도 충돌할 수 있다.
[이희수 기자 /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