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운송노조 집단휴업
운송비 인상 등 단체교섭 요구
건설사, 레미콘 타설 일정 조정
레미콘사, 대체 인력 확보 대응
장기화땐 삼성·SK 팹건설 차질
"시공 현장 레미콘 생산 허용을"
건설업계선 규제 완화 목소리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운련)이 운송비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8일 레미콘 차량 8000대가량의 운행을 멈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레미콘 운전자는 1만1000명으로, 이 가운데 전운련 소속 8000명가량이 전원 휴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8시부로 수도권 지역 집단운송 중단에 들어간 전운련은 서울 여의도광장 공원 앞에서 '2026년 단체협상 촉구, 임단협 쟁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휴업에 돌입하면서 수도권 레미콘 공장에서 건설 현장으로 운반하는 차량 대부분이 운행을 멈췄다. 건설 업계에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대형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 상승 부담을 안고 있는 건설 업계의 피해도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1위인 유진그룹 등 레미콘 제조사들은 이번 운행 중단에 참여하지 않은 비(非)전운련 레미콘 운송 사업자들을 용차(하루 단위로 고용)해 대응에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소속 레미콘 운송 사업자들은 이번 운행 중단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건설노조 측 레미콘은 500대가량에 불과하다. 삼표그룹의 경우 자체적으로 보유한 레미콘 믹서트럭 수십 대를 활용하고 있다.
시공사들도 사전 대비책으로 대응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현장 시공사들은 레미콘 파업에 대비해 일정을 조정해둔 상태"라며 "파업 전 레미콘 타설이 필요한 작업은 일정을 앞당겨 진행했고, 대안 공정이 가능한 작업은 순서를 뒤로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짓는 삼성물산도 지난 주말에 타설 작업을 몰아서 진행하는 등 8~9일 물량을 미리 확보했다. 이번주까지는 현장 자체 역량으로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건설현장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막대한 양의 레미콘이 투입되는 대형 건설 현장으로, 운송 중단이 길어지면 타설 공정에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평택공장 건설 현장이 있는 경기 남부권은 지난 4월 기준 한 달간 18만루베(1루베는 1㎥)의 레미콘을 소비했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건설 현장이 있는 경기 동부권의 경우 같은 기간 32만루베의 레미콘이 사용됐다. 두 지역의 소비량은 총 50만루베로, 지난 4월 수도권 레미콘 출하량(총 202만3000루베)의 약 25%를 차지한다.
전운련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레미콘 운송 단가 결정을 위한 단체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운련은 레미콘 제조사 측이 제조사별 개별 협상만을 내세우고 있어 교섭력이 약한 권역은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수도권 12개 권역별로 별도 협상을 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개인사업자 신분인 레미콘 운송 종사자는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았고, 3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전국 단위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받았다. 제조사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아직 레미콘 운송 사업자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관련해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운련의 단체 교섭 요구는 사실상 레미콘 제조사 측에 항소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전운련 측의 운송비 인상 요구 폭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레미콘 제조사들은 대전권에서 올해 운송료 5.9% 인상이 타결된 만큼 이 정도 수준을 요구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건설 업계에선 건설 현장 내 레미콘 생산설비인 배치플랜트 설치 규제에 대한 완화 요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배치플랜트는 현장에서 레미콘을 직접 생산하는 설비다. 현행 제도에서는 설치 요건이 까다로워 레미콘 공급 중단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현장 자체 생산이 쉽지 않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날 정부에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하면서 수도권 배치플랜트 설치 요건 완화를 건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송 단가는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인 만큼 정부로서는 양측에 대화를 독려하고 중재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 박소은 기자 /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