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직후 상권 침체로 텅텅
작년부터 치폴레·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 속속 입점하며
공실률 38%서 4%대로 '뚝'
2층엔 병원·약국 중심 재편
임대료 1년새 9% 껑충 뛰어#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6번 출구와 맞닿은 한석타워. 2020년부터 7년째 비어 있던 이 건물 1층 점포는 현재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글로벌 게임업체 게임즈 워크숍의 브랜드 '워해머'가 이 자리에 국내 1호점 출점을 준비 중이다. 약 50m 떨어진 한국자산관리공사 빌딩 1층 역시 한때 공실이었으나 최근 커피 브랜드 폴바셋 입점이 확정됐다. 강남역 인근 한승빌딩 1층에는 미국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의 한국 1호 매장이 입점을 확정하고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실이 쏟아지며 상권 침체의 상징으로 꼽히던 강남역 일대 상가가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앞서 이 상권은 소비가 위축되고 오프라인 점포의 중요성이 감소하는 가운데 높은 임대료 부담까지 겹치며 공실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한때 40%에 육박했던 강남대로변 1층 공실은 대부분 해소됐고, 그 자리를 글로벌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이 메우고 있다.
8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코리아에 따르면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 1층 상가의 공실은 사실상 해소된 상태다. 이 구간 대로변 1층 점포 47곳의 임대차 계약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2023년 18개(전체의 38.3%)에 달하던 공실은 이듬해 13개에서 지난해 8개로 줄었고, 올해는 2개(4.3%)까지 감소했다.
빈자리를 메운 것은 주로 글로벌 브랜드의 대형 플래그십 매장이다. 워해머와 치폴레 외에도 대원빌딩에는 중국 글로벌 토이 브랜드 팝마트가, 강남대로 459 건물에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가 기존 강남역 매장을 확장 이전해 둥지를 틀 예정이다.
강남대로의 임대료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3.3㎡당 42만3700원으로 1년 전보다 9.28% 올랐다. 명동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렇게 높은 임대료에도 글로벌 브랜드가 강남대로로 몰리는 것은 오프라인 점포의 출점 전략이 바뀐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장을 여러 곳에 출점하는 것보다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인지도가 높은 한자리에 브랜드 경험을 집약한 대형 매장을 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도후창 CBRE코리아 리테일 임대자문 및 메디컬 담당 상무는 "강남역 상권은 외부에서 공실처럼 보이는 공간 중 상당수는 이미 계약이 완료돼 오픈을 준비 중인 곳이 많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중심으로 강남역을 다시 검토하는 브랜드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강남대로 1층'을 선택하고 있다면, 건물주들은 전략적으로 건물 상층부를 병의원으로 채우는 모습이다. 의료시설은 초기 개설 비용이 커 한번 입점하면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하다. 건물주로서는 1층의 집객력과 상층부의 장기 임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병원 측에도 강남대로는 매력적인 입지라는 평가다. 이미 미용·웰니스 수요가 두껍게 형성된 강남권에서 대중교통이 교차하고 브랜드 노출도가 높은 강남대로변 건물은 환자 접근성과 병원 인지도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자리로 꼽힌다.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