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의 신’ 한형기 인터뷰 하편
“서울시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그려달라.”한형기 HK미래주택연구원 대표가 원베일리 설계사에게 한 말이다. 설계비 150억원을 그대로 줄 테니 인허가만 빨리 받을 수 있는 그림으로 다시 그려달라는 주문이었다. 인허가를 2년 1개월 만에 끝내고 1평당 597만원 공사비로 마감한 한 대표 노하우의 출발점이 그 한 줄에 있었다.
달인열전은 지난 상편에서 한 대표를 만든 두 번의 위기를 다뤘다면, 하편에서는 그 위기에서 나온 디테일과 절박함이 30년을 굴러간 끝에 어떤 결론으로 정리됐는지를 따라간다. 두 시간을 넘긴 인터뷰 끝에 매경플러스가 받아 적은 결론은 두 단어로 좁혀졌다.
속도, 그리고 숫자. 속도가 나려면 숫자가 정확해야 하고, 숫자가 정확해지려면 디테일에 집착해야 한다. 그 모든 산수의 무대가 서울시다. 재건축은 결국 서울시와 파트너가 되는 게임이라는 것이 30년의 결론이다.
조합장은 결국 숫자로 설득해야 한다
- 30년 보신 결론 중 첫 번째가 조합장이라고 했다.▶ 30년 동안 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재건축이 망하는 첫 번째 이유가 조합장이다. 조합장 한 명이 잘못 들어오면 1년, 2년이 그냥 간다. 본인이 욕심을 부리거나, 본인이 뭘 모르거나, 본인이 결정을 못 한다. 셋 중 하나만 걸려도 사업은 멈춘다. 그 셋 중 하나도 안 걸리는 조합장이 열에 하나 있을까.
- 잘 모르는 조합장이 그만큼 많다는 얘긴가.▶ 보통은 그 자리에 욕심으로 간다. 본인 집값만 보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면 시공사가 무슨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다. 인허가 단계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 상태에서 결정권만 가지고 있으니 사업이 안 굴러간다. 조합장 자리는 욕심으로 가는 게 아니라 책임으로 가는 거다.
- 조합원 700명을 어떻게 설득하나.▶ 설득은 숫자로 한다. 분담금이 얼마 줄어든다, 환급금이 얼마 늘어난다, 분양 수익이 얼마 들어온다. 이걸 숫자로 보여주면 조합원이 움직인다. 본인 통장에 얼마나 들어오는지가 보이면 누구도 반대 못 한다.
- 강남 재건축이 분상제(분양가상한제)와 재초환(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멈춰 있다는 진단이 많다.▶ 다 핑계다. 옛날에 분양가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강남이 5년 그냥 그대로 쉬었다. 그런데 원베일리는 초과이익환수제는 피했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속에서도 HUG 보증 기준보다 높은 분양가를 받아냈다. 분양가상한제는 맞추면 되고 초과이익환수제는 열심히 해서 피하면 된다. 다들 능력이 안 되니까 못 피한 거다.
- 원베일리 인허가를 2년 만에 끝내 화제를 모았다.▶ 그 안에 도시계획심의, 건축심의, 교통심의, 환경영향평가, 사업시행인가, 조합원 분양 신청, 관리처분계획 총회,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다 들어갔다. 2017년 12월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접수해야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었다. 원베일리는 2017년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같은 해 12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기한 안에 들어왔다.
-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가.▶ 설계를 새로 했다. 우리 아파트 품질이고 뭐고 다 따질 필요 없다. 일단 인허가부터 받자. 그래서 설계사한테 말했다. 설계비 150억원 그대로 줄 테니까 서울시가 좋아하는 그림으로만 그려달라. 그 설계로 인허가 다 받고 진짜 설계는 이주하고 철거하면서 다시 받았다. 인허가는 새로 받으면 된다.
공사비도 분양가도 결국 숫자다
- 박원순 시장 시절 35층 규제는 어떻게 풀었나.▶ 오세훈 시장 때 62층 허가를 받아놨는데 박원순 시장이 들어와 35층으로 다 묶었다. 데모해서 38층을 받아냈다. 38층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천장고 30cm 올리는 거다. 그렇게 해서 43층, 44층 높이를 맞췄다.
- 결국 서울시와의 협상이 핵심이겠다.▶ 서울시는 통합을 좋아한다. 통합하면 서울시가 도와준다. 개별로 5개 하면 5개가 다 완성될 때까지 서울시와 구청은 민원에 시달려야 한다. 통합하면 민원이 없다.- 시공사와 협상할 때 첫 마디는 무엇인가.▶
나는 시공사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CM을 먼저 거치게 한다. CM은 제대로 몇십억원을 주고 쓴다. 끝날 때까지 7~8명이 상주한다. 건축, 설비, 기계, 전기, 토목, 조경, 인테리어, 통신, 소방 분야별 전문가가 다 있다.
CM이 시공사보다 더 전문가다. 시공사가 웬만한 자료로는 CM을 못 이긴다.기사 전문은 매일경제신문의 프리미엄 재테크 콘텐츠 플랫폼 매경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