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통합기획 303곳 표심분석
압구정동 85%·여의도동 72%
재건축 지역서 오세훈 '몰표'
재개발 많은 지역도 선전 펼쳐
'정원오 안방' 성수동서도 승리
與 소속 자치구와 협업 관건6·3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은 대표 정비사업 정책인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밀집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통기획 재개발이 많은 자치구에선 대체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앞섰지만, 오 시장이 이기거나 접전을 벌인 동도 적지 않았다. 거래·대출 규제와 세금, 공공 위주 공급 등 '부동산 민심'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가운데,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표심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매일경제신문이 신통기획 재건축·재개발 구역 303곳과 서울 426개 행정동 개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재건축 단지가 많은 동일수록 오 시장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신통기획 재건축 사업지가 있는 76개 동 중 53곳(69.7%)에서 오 시장이 정 후보를 앞섰다.
실제 재건축 단지가 많은 동에서 '오세훈 몰표'가 쏟아졌다. 압구정2~5구역이 있는 압구정동은 84.8%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거뒀다. 대치선경, 개포우성1·2차 등이 있는 대치1동에선 득표율이 79.5%까지 치솟았고, 은마·대치미도가 있는 대치2동(75.2%), 신반포2차가 있는 반포3동(74.6%), 잠실주공5단지가 있는 잠실3동(72.3%) 등 신통기획 재건축 단지가 즐비한 동네에서 표를 사실상 싹쓸이했다.
접전지였던 양천구에서도 목동1~6단지가 있는 목5동에서 오 시장 득표율은 62.7%로 양천구 전체 득표율 49.2%보다 13.5%포인트 높았다. 여의도 대교·삼부·목화 등 재건축 단지가 모인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오 시장 득표율이 72.3%에 달해 영등포구 전체 득표율 50.50%보다 21.8%포인트 웃돌았다.
이들 재건축 단지는 신통기획의 수혜를 받았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장기간 멈췄던 정비계획 수립·구역지정 등이 오세훈 시정 4기 들어 마무리됐고 일부 단지는 시공사 선정과 통합심의, 사업시행인가 등 후속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 속도가 선거 기간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신통기획으로 다시 속도가 붙은 재건축 기대감이 오 시장 표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재개발이 많은 지역은 대체로 정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신통기획 재개발 구역이 있는 124개 동 중 78곳(62.9%)에서 정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대체로 진보 정당 텃밭인 구로, 강북, 성북, 은평, 관악, 금천 등에 재개발 사업지가 많은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오 시장 표도 적지 않게 나왔다. 정 후보가 우세를 보인 15개 자치구에서 신통기획 재개발 구역이 있는 동 중 오 시장의 득표율이 접전 수준인 45%를 넘어선 곳은 61곳(73.5%)이었고 이 중 21곳에서 이겼다.
오세훈 캠프 관계자는 "선거 유세 때 만난 재개발 주민들은 신통기획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앞으로 더 잘해달라'는 반응도 많았다"며 "이런 반응들이 표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과 마포구 공덕동이 대표적이다. 성동구 전체로는 정 후보가 51.21%를 얻어 오 시장(47.18%)을 눌렀지만, 성수전략2·3·4구역이 있는 성수2가제1동에서는 오 시장 득표율이 52.0%였다. 성수전략1구역이 있는 성수1가제1동에서도 오 시장(56.0%)이 정 후보(42.6%)를 제쳤다. 마포구에서는 정 후보가 49.61%, 오 시장이 46.88%를 얻었지만 공덕7·8구역이 있는 공덕동에서는 오 시장이 52.1%로 정 후보(45.0%)를 앞섰다.
특히 은평구 불광2동은 재개발 사업지가 4곳 있는데, 정 후보가 52.1%로 이겼지만 오 시장도 45.5%를 가져갔다. 성북구 장위1동에서도 오 시장 득표율은 46.2% 나왔다. 이 동에 위치한 장위13-1·13-2구역은 신통기획 덕분에 재개발이 부활했는데 장위뉴타운 15개 구역 중 면적이 가장 크다. 약 4000가구 아파트가 조성될 예정인 신림5구역이 자리 잡은 관악구 신림동은 정 후보 47.8%, 오 시장 47.0%로 격차가 0.8%포인트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의 구조가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 교수는 "재건축 단지는 아파트 소유자가 실제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가 크지만 저층 노후 주거지 재개발은 영세 원주민과 세입자 등이 섞여 있어 곧바로 지지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만 성수, 공덕 등처럼 가격대가 높은 재개발 구역은 미래 가치 기대감 때문에 표심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재개발은 재건축보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공사비 인상 등에도 취약하다. 이주비와 분담금 부담이 큰 데다 원주민 재정착과 세입자 보호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의 5기 정비사업 정책은 재개발 지원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31년까지 정비사업 31만가구를 착공하려면 재개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해서다. 오 시장이 3년 내 착공을 위해 집중 관리하기로 한 85개 구역(8만5000가구) 중 50여 개 구역이 재개발이다. 오 시장은 선거 때 강북 재개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 혜택을 확대하고 공공기여 부담을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협조도 필요하다. 서울시가 이주리츠를 설립하고 자체 기금을 활용하더라도 이주비·보증 지원이나 이주용 주택 확보 등을 자력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치구와도 손발을 맞춰야 한다.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철거 등 후반부 절차는 자치구가 움직이지 않으면 착공이 늦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늘어났지만, 신통기획 구역이 착공까지 병목 없이 갈 수 있도록 시와 자치구의 협업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은 정비사업과 별도로 청년·신혼부부 주거 정책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이미 미리내집, 청년안심주택, 새싹원룸, 바로내집, 서울내집 등 '서울찬스' 5종 주택 8만2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