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택정책 변화 예고
'신통기획 2.0'으로 업그레이드
사업성 높이고 착공도 앞당겨
압구정·여의도 등 기대 커져
강북 재개발엔 높이규제 완화
지자체 기금으로 사업 지원
장기전세 10만가구로 확대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 고지'에 오르면서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사업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 시장이 치열한 접전 속에서 당선된 이유로 주택 공급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민심'을 표로 연결한 전략이 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 내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개편해 사업성을 높이고 착공까지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고밀·고층 개발을 추진 중인 강남권·한강벨트 주요 재건축 단지와 강북 재개발 사업지에서 속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청년·신혼부부 주거 사다리 복원도 5기 시정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주택 공약은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오 시장은 '압도적인 공급'을 내걸고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오세훈표 대표 정책'인 신통기획을 업그레이드해 '신속착공' 체계를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신통기획은 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수립 등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성과를 냈는데, 5기 시정에선 '착공'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추진위원회 구성을 생략하고, 사업시행계획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동시에 처리하는 '쾌속통합' 트랙이 도입될 전망이다. 주택진흥기금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신통기획을 적용해 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수립을 마치고 통합심의 등 후속 절차 준비에 나선 곳이 수두룩하다.
강북 재개발 사업지도 주택 정책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강북에 12만가구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강남보다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허용 용적률 인센티브를 기존의 두 배인 최대 40%까지 주고, 남산과 북한산 등 경관 보호 때문에 제한한 높이 규제도 완화활 계획이다.
청년·신혼부부 주거 정책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미리내집, 청년안심주택, 새싹원룸, 바로내집, 서울내집 등 '서울찬스' 5종 주택 8만2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전세형 장기공공주택부터 역세권 임대주택, 대학가 원룸·셰어하우스, 할부형 공공분양·지분형 주택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20·30대의 자산 형성을 돕고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현재 3만7000가구 수준인 장기전세주택을 2031년까지 10만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당선이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정책에 일관성을 부여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해 온 서울시의 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한 난관도 예상된다. 간판 정책인 31만가구 착공은 정부의 부동산 대출·세제 규제 때문에 서울시가 아무리 인허가를 줄여도 주민들이 이주비나 대체 주거지를 마련하지 못하면 착공으로 넘어가기 어렵다. 오 시장은 이주리츠와 주택진흥기금 활용을 내세웠지만, 리츠 운용과 기금 개편 역시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가 공공성 확보와 투기 억제에 무게를 두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임대주택 비율 등을 놓고 충돌할 수 있다. 장기전세주택 확대도 정책 대출 한도와 보증금 기준 완화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의회 문턱도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18석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81석을 가져갔다. 서울찬스 주택, 이주리츠 등은 예산 편성이나 조례 개정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정부 압박을 예고했다. 새 임기 첫 국무회의에 들고 가겠다는 '서울시민 5대 명령' 중 3개가 부동산 현안이다.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1주택자 세금 부담 완화다.
[임영신 기자 / 한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