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아파트 묶는 '통큰 리모델링' 길 열려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6-06-03 19:34



국회통과 앞둔 주택법 개정안
대형 평형 쪼개 세대수 확대
신축 세대 조합원 배정 허용
재건축 비슷한 수준 규제완화
상가 증축한도도 최대 30%로
선거후 리모델링 활성화 기대







아파트 리모델링도 재건축처럼 새로 짓는 세대를 조합원에게 배정하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단지 내 상가를 넓혀 옮기거나, 여러 단지를 묶어 통합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 중층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리모델링 사업성을 높이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 4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기존 15개 주택법 개정안을 묶어 위원장 대안으로 의결했고,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조합원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리모델링도 재건축처럼 조합원이 기존 집 대신 신축 세대로 옮겨갈 수 있도록 했다. 신축 세대를 일반분양 물량으로만 쓰지 않고 조합원에게 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과 달리 기존 아파트의 골격을 유지한 채 증축과 대수선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원칙적으로 기존 동·호수가 유지됐다. 이 때문에 조합원에게 신축 세대는 '그림의 떡'이었는데, 앞으로는 동·호수 선택지가 늘어난다. 신규 세대로 옮기면 소유권을 정리하고 등기 절차도 밟을 수 있다.

상가 규제도 풀린다. 단지 내 상가 등 복리시설의 증축 한도를 기존 건축물 연면적 합계 10%에서 30%로 높였다. 또 건물 전부 또는 일부를 헐고 새로 배치하는 것도 허용한다. 상가를 유동인구가 많은 가로변으로 옮기고, 기존 상가 자리에 주거동을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간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상가는 대표적인 걸림돌이었다. 위치를 바꾸기 어려운 데다 현행 10% 증축 한도로는 기계실·전기실 같은 설비 공간을 늘리기도 쉽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상가를 빼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았던 이유다.

단지들을 묶어 '통합 리모델링'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개정안은 인접한 둘 이상의 단지를 결합해 전체를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붙어 있는 단지라도 사실상 각자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여러 단지들이 하나의 조합을 꾸려 대단지로 탈바꿈시키는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고, 단지별로 나뉜 커뮤니티 시설도 대형화·고급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리모델링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예고됐던 대형 평형 분할도 법안에 포함됐다. 전용면적 85㎡ 초과 세대를 개별 소유가 가능한 두 채 이상으로 나누면 기존 세대 수의 5% 이내에서 세대 수를 더 늘릴 수 있다. 대형 평형을 소형 주택으로 쪼개 분양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장치다.

정비업계에선 이번 주택법 개정안을 리모델링 시장의 '단비'로 보고 있다. 서울·수도권엔 용적률이 200%가 넘어 재건축 사업성이 나오기 어려운 1990년대 중층 아파트가 적지 않다.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제도 미비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공동주택은 147개 단지 11만9390가구다. 서울이 79개 단지로 가장 많고, 경기·인천이 60개 단지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신동아5차와 인근 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 등 이른바 '우극신'은 대표적인 수혜 단지로 꼽힌다. 단지들이 맞붙어 있고 사업 속도가 비슷해서 통합 개발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치2단지, 성내삼성, 목동 한신청구, 남산타운 아파트 등도 체감 효과가 클 수 있다.

백준 제이앤케이 대표는 "기존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도 사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번 개정안은 시장의 오랜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점에서 리모델링 사업에 활기가 돌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분야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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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월 아파트 전월세 품귀에 연립·다세대 거래량 7.4%↑갱신계약 비율 7.2%p 증가 서울 중저가 아파트 단지의 전월세 물량이 급감하자 세입자들의 주거 선택이 연립·다세대 등 빌라로 쏠리고 있다.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도 높아졌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연립·다세대(이하 빌라)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전월세 거래 건수는 총 4만9679건으로 지난해 동기 4만6244건보다 7.4% 증가했다. 직전 4개월(2025년 9월∼12월)의 거래 건수(4만3807건)와 비교해서는 13.4% 늘어난 수치다. 올해 4월에 계약된 전월세는 잔금 일정에 따라 아직 거래 신고 전이거나 확정일자를 받기 전인 물량들도 있는 만큼, 최종 거래량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빌라 전월세 거래량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작년 10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후 치솟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가격과 신규 물량 감소가 지목된다. 가격 부담이 커진 아파트 대신 대체 주거지인 빌라로 전월세 수요가 일부 이동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수요가 늘면서 빌라의 전월세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빌라의 전셋값(한국부동산원)은 전월 대비 0.44% 올라 2013년 9월(0.54%) 이후 12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4월 누적 상승률도 1.34%로 2011년(3.73%) 이후 동기 기준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월세의 경우 1∼4월 누적 상승률이 1.60%로 전세 상승률(1.34%)을 웃돈 것은 물론 2015년 7월 관련 통계 발표 이후 동기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1∼4월 임차인이 실제 부담한 연립·다세대 평균 전세 보증금은 평균 2억4098만원으로, 작년 동기(2억3323만원) 대비 775만원 상승했다. 월세액도 지난해 평균 54만8000원에서 올해 평균 56만2000원으로 올랐다. 상황이 이렇자 그동안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갱신계약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4월 서울 빌라 갱신계약 비율은 27.25%로, 전년 동기(26.73%)보다 소폭 늘었다. 올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32%)도 지난해 동기(24.8%) 대비 7.2%포인트 높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립 등 빌라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갱신권을 사용해 임대료 5% 이내로 올려주고 2년 더 눌러살려는 임차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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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원·도봉·강북·성북 임대차 부담↑전세값 급등세…매매가보다 더 올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보다 전월세 상승폭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강남권보다 노원·도봉·강북 등 강북권을 중심으로 임대차 가격이 강남권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이 외곽 실수요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연구실이 작성한 서울시 아파트 가격지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지수는 2.9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세 실거래지수는 5.43%, 월세 실거래지수는 3.56% 올라 매매보다 임대시장의 상승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북·노원·도봉·성북이 포함된 ‘동북1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동북1권의 매매 실거래지수는 올해 4.95% 상승한 반면 전세는 8.79%, 월세는 6.99% 뛰었다. 전세 상승률은 서울 평균(5.43%)보다 3.36%포인트 높았고, 월세 역시 서울 평균(3.56%)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강남3구와 용산의 경우 전세 상승률은 3.39%, 월세 상승률은 2.06%에 그쳤다. 전세 기준으로는 동북1권 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월세 역시 강북권과 큰 격차를 보였다.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권보다 실수요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강북권에서 임대차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권역별로 보면 서북권(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 역시 전세가격이 6.89% 상승하며 서울 평균을 웃돌았고, 동북2권(광진구·동대문구·성동구·중랑구)도 6.49% 올랐다. 월세 역시 동북2권이 3.71% 상승해 서울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전세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7116건으로 전년 동기(2만5943건) 대비 32.84%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16.1로 2021년 3월 둘째주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며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서울 매매시장은 올해 초 약세를 보이다가 다시 반등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지수는 3월 -0.96%를 기록한 뒤 4월 0.61%, 5월 1.73%로 상승 전환했다. 5월 기준 동남권은 2.00%, 서남권은 1.90%, 동북1권은 1.82% 상승하며 서울 전역으로 상승 흐름이 확산됐다. 매매시장에서는 권역별 차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데 반해 전월세 시장에서는 지역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이 교수는 이번 지표와 관련해 “서울 전체적으로 보면 매매가격 상승세가 강화되는 동시에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강남 지역의 상대적 매매가격 상승률 둔화와 맞바꾸는 형태로 한강벨트와 중저가 지역, 외곽지역의 전월세 가격 급등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편 실거래 기반 지표에서는 공식 통계보다 임대차 시장의 체감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올해 1~5월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한양대 실거래지수 기준 5.43%였지만 한국부동산원 전세지수는 3.46% 상승으로 집계됐다. 동북1권도 실거래지수는 8.79% 오른 반면 부동산원 지수는 4.96% 상승에 그쳐 격차가 3.83%포인트에 달했다. 서북권 역시 실거래 기준 전세 상승률은 6.89%였지만 부동산원 통계는 3.15% 상승에 머물렀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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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운송사업자 8일 파업 예고매년 반복된 운송비 인상요구 더해근로자 인정 판결에 단체교섭 요구삼전 평택·하이닉스 용인 차질우려 수도권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오는 8일부터 운행 중단을 예고하면서 수도권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장 역시 레미콘 공급 차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수도권 조합원들은 지난달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87.8%로 파업을 가결했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단체행동은 운송비 인상폭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실상 매년 반복되고 있다. 쟁점은 크게 운송비 인상과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다. 레미콘 운송비는 지역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수도권 기준 운송비는 2023년 회당 6만9330원, 2024년 7만2430원, 2025년 7만5730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업계는 레미콘 가격보다 운송비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2009년 ㎥당 5만6200원에서 올해 9만9600원으로 약 77% 올랐지만, 같은 기간 운반비는 약 150%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운송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사실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레미콘 제조사들을 상대로 통합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제조사들은 이들이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제조업계에서는 통합교섭이 이뤄질 경우 지역별 차이가 사라지고 운송비가 상향 평준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갈등 속에서 올해 초 레미콘 운송사업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양상윤)는 지난 2월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운송사업자들은 이를 근거로 단체교섭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운송사업자들의 노조 지위가 인정될 경우 제조사를 넘어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직접 운송비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반도체 공사 현장에서는 운송사업자가 건설사와 직접 운송비를 협의했고, 제조사는 사실상 사후 통보를 받은 뒤 해당 조건을 반영해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재, 물 등을 배합플랜트에서 혼합한 뒤 믹서트럭을 통해 건설 현장으로 운반된다.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배합 후 90분 이내에 현장에서 타설이 이뤄져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시간을 넘길 경우 유동성·강도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업계는 레미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수도권 건설 공정 전반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대형 반도체 건설 현장도 레미콘 공급 차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반도체 팹 건설이 지연될 경우 단순한 건설 일정 문제를 넘어 국가 반도체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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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의 신’ 한형기 인터뷰 상편 “한형기도 당했네요.” 한형기 HK미래주택연구원 대표가 지역주택조합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꺼내자 이 말부터 튀어나왔다.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 원베일리를 잇따라 성공시킨 그가 지역주택조합 사기를 당했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가 두 시간을 넘어가면서 매경플러스는 지역주택조합 사기가 그를 키운 자양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복잡한 재건축 과정에서 디테일을 챙기는 철저함, 그리고 전 재산을 걸고 재건축을 끌고 가는 절박함, 이는 한 대표를 ‘재건축의 신’으로 불리게 한 원동력이다. 그가 스스로 말하는 두 번의 큰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 대표는 없었을지 모른다. 매경플러스는 최근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에 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형기를 키운 두 번의 시련-‘재건축의 신’이라고 불리는데 어떤 투자를 해왔는가. ▶ 내 첫 부동산 투자는 상가 한 채였는데, 4000만원을 그대로 날렸다. 그때 전 재산이었다. 시행사가 부도 내고 미국으로 도망갔다. 2년 동안 자기가 세를 받아 챙긴 다음에 튄 거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상가는 비어 있다. 1년 재산세가 1만2000원씩 나온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공부했다. 건설사 현장 직원이었으니까 토요일과 일요일에 시간이 났다. 인천 현장에 있을 때는 인천 주변 아파트와 상가를 다 돌아다녔다. 여의도 빌딩 공사에 들어갔을 때는 여의도 주변 아파트를 다 봤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책 보고 배운 것도 아니다. - 한형기만의 비결은 뭔지 궁금하다. ▶ 한 번 잃어본 사람은 계약서를 본다. 19세대 미만은 일반분양을 안 하고 임의 분양을 한다는 사실, 그 19세대를 대행사가 어떻게 굴리는지, 임대료를 어떻게 빼돌리는지, 안 당해본 사람은 이게 안 보인다. 당해본 사람은 보인다. - 그것 말고도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고 들었다. ▶ 1994년 지역주택조합에 멋모르고 들어갔다. 잠원역 옆에 165세대 한 동짜리였다. 그때 거기 코미디언 구봉서 씨도 있었고 원로 여성 탤런트도 있었다. 위치가 좋아서 막강한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이미 상가에서 한 번 당한 뒤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대행사 운영 방식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또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가까이 대행사와 부딪혔지만 풀리지 않았다. 결국 조합원 전체에게 직접 알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하다. ▶ 조합원 명부를 확보해서 165명 전원에게 등기로 7장짜리 편지를 보냈다. 종로 식당으로 다 모이게 했다. 95% 가까이 왔다. 나는 한 달 반 조합장 대행을 했고 그렇게 살려서 1997년 10월 1일에 입주를 시켰다. IMF(국제통화기금)구제금융 신청 한 달 반 전이다. 그때 아니었으면 또 공중분해될 뻔했다. - 한 달 반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하다. ▶ 인허가의 모든 과정이다. 구청, 시청, 국토부, 모든 단계를 혼자 다녔다. 어느 부서가 어떤 결재 라인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서 막히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서류가 어떤 단어로 쓰여 있어야 통과되는지, 그걸 한 달 반에 통째로 익혔다. 그 뒤로 어떤 인허가 절차 앞에서도 막힌 적이 없다. IMF 외환위기에 역발상 투자를 하다- 그렇게까지 밀어붙인 동기가 어디에 있었나. ▶ 전 재산이다. 나도 165세대 안에 들어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약속이다. 종로 식당에 95% 가까이 모인 사람들 앞에서 내가 살리겠다고 했다. 약속한 이상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이게 내 성격이다. - IMF 외환위기는 어떻게 극복했는가. ▶ 나는 거꾸로 갔다. 한남대교 남단 설악아파트, 지금 잠원 롯데캐슬갤럭시 자리에 있던 옛 아파트다. 재건축 물건 두 채를 샀다. 3억5000만원 가던 게 한 채당 1억6500만원까지 떨어진 단지였다. 우방이 시공사였는데 화의(법원이 중재하에 채권자와 채무자가 변제계획을 합의해 채무를 정리하는 절차로, 파산과 달리 회사가 청산되지 않고 계속 운영될 수 있다)에 들어가서 이주비도 못 주는 상황이었다. 다들 거기서 손을 뺄 때 두 채를 안았다. 집 담보로 융자 받았다. 연 15% 금리였다. IMF니까 그 금리였다. 1억 빌리고, 내 현금 3000만원 넣고 상대방 전세와 융자 끌어안고 그렇게 두 채를 안았다. 신화아파트를 정리한 종잣돈이 그때 들어갔다. - 확신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 신화아파트에서 인허가를 통째로 익혔으니까. 우방이 시공사로 있는 한 안 된다는 게 보였다. 그러면 우방을 빼고 새 시공사로 갈아치우면 4년 안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산수가 나왔다. 본사로 가서 정리하고 롯데를 시공사로 데려왔다. 내가 산 날부터 6개월 만에 이주가 시작됐고 정확히 4년 만에 입주했다. 한 채당 1억6500에 산 것이 한 채당 9억6000만원에 팔렸다. 2002년 11월이다. 양도세도 한시 면제였다. 건설사 동료, 친구, 친척, 가까운 사람 20명한테 권했다. 한 명도 안 샀다. 다들 나를 미친놈이라고 했다. IMF에 무슨 부동산이냐고. 한 사람도 못 따라왔다. 공부가 안 되면 확신이 없고, 확신이 없으면 IMF 때 융자를 안 받는다. 그게 차이다. 기사 전문은 매일경제신문의 프리미엄 재테크 콘텐츠 플랫폼 매경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아래 QR코드를 찍으면 연결됩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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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송사업자 파업 투표 가결운송비 인상·단체교섭 요구노조 인정땐 건설사 상대로비용 인상 요구 가능성도 수도권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오는 8일부터 운행 중단을 예고하면서 수도권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장 역시 레미콘 공급 차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수도권 조합원들은 지난달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87.8%로 파업을 가결했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단체행동은 운송비 인상폭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실상 매년 반복되고 있다. 쟁점은 크게 운송비 인상과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다. 레미콘 운송비는 지역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수도권 기준 운송비는 2023년 회당 6만9330원, 2024년 7만2430원, 2025년 7만5730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업계는 레미콘 가격보다 운송비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2009년 ㎥당 5만6200원에서 올해 9만9600원으로 약 77% 올랐지만, 같은 기간 운송비는 약 150%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운송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사실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레미콘 제조사들을 상대로 통합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제조사들은 이들이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제조업계에서는 통합교섭이 이뤄질 경우 지역별 차이가 사라지고 운송비가 상향 평준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갈등 속에서 올해 초 레미콘 운송사업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양상윤)는 지난 2월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운송사업자들은 이를 근거로 단체교섭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한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운송사업자들의 노조 지위가 인정될 경우 제조사를 넘어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직접 운송비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반도체 공사 현장에서는 운송사업자가 건설사와 직접 운송비를 협의했고, 제조사는 사실상 사후 통보를 받은 뒤 해당 조건을 반영해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재, 물 등을 배합플랜트에서 혼합한 뒤 믹서트럭을 통해 건설 현장으로 운반된다.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나면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배합 후 90분 이내에 현장에서 타설이 이뤄져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시간을 넘길 경우 유동성·강도 저하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업계는 레미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수도권 건설 공정 전반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대형 반도체 건설 현장도 레미콘 공급 차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반도체 팹 건설이 지연될 경우 단순한 건설 일정 문제를 넘어 국가 반도체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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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에 골프 리조트 건립 오병환 우성건영 회장화려한 외관만큼 기초 중요지반이 구조물 받치는 지내력땅의 근육부터 잘 키운 뒤에기술·철학·기능을 결합해야진짜 하이엔드 건축물 자격시간이 지나도 가치 지키는건축은 문화적 자산과 같아 "25년간 건설·시행업을 하며 상업시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70개 이상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하이엔드 건축은 그동안의 건축과는 다른 또 하나의 건축이었어요. 제가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며 체득한 경험을 담은 이 책이 하이엔드 건축이나 고급 단독주택을 구상하시는 분들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오병환 우성건영 회장이 최근 '하이엔드 건축미학: 오병환의 프라이드'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그가 강원도 대관령 해발 800m 청정고원에 직접 조성한 하이엔드 골프 리조트 '더 에스테이트'의 모든 시공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기록물이다. 책은 터와 기초, 골조, 방수, 단열, 창호, 외장, 전기·설비, 인테리어·가구 등 건축의 전 과정을 12개 챕터로 나누어 수록했다. 또 생생한 현장을 담은 3만2000여 장의 사진을 모두 공개해 독자의 이해까지 도왔다. 우성건영을 창업한 2001년부터 올해로 25년째 건설현장을 누벼온 오 회장이지만, 하이엔드 건축은 그에게도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오 회장은 "설계, 토목, 전기, 설비, 골조의 전문가가 모두 다르다 보니 건축주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움직여야 했다"며 하이엔드 건축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그는 또 "하이엔드 건축물과 어울리는 인테리어 마감재, 가구, 가전 등에 대한 정보까지 이번 책에 모두 담았다"고 덧붙였다. 흔히 하이엔드 건축이라고 하면 화려한 외관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오 회장의 정의는 다르다. 그는 외면의 화려함보다 내면(기초)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오 회장은 "기술과 철학 그리고 기능이 결합되어야 진짜 하이엔드 건축물"이라며 "특히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건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땅의 근육이라 할 수 있는 '지내력(지반이 구조물을 받쳐주는 힘)'"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더 에스테이트'에는 20층 이상 아파트에 쓰이는 고강도 콘크리트와 진도 6.5의 지진도 견뎌내는 내진 1등급 설계 등을 적용했다. 오 회장은 "하이엔드 건축물의 기초와 구조체에는 '과설계'를 채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조치가 아니라, 자연의 변화와 지반의 움직임을 충분히 견뎌내기 위한 존중의 깊이"라고 설명했다. 책에는 이 외에도 이중 단열을 통한 '보온병 효과', 준방탄급 4중 유리를 활용한 단열 성능 및 경호 성능을 극대화한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2001년 경기도 시화우성프라자를 시작으로 위례, 동탄, 광교, 하남 미사 등 주요 신도시에서 상업시설과 오피스텔 개발로 명성을 쌓아온 우성건영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하이엔드 건축 및 고급 리조트 분야로 본격적인 사업영역 확장에 나선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능과 디자인 모두 완벽한 최고급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그는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잃지 않는 문화적 자산"이라며 "진정한 하이엔드는 장인정신과 환경과의 조화,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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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월 국토부 전월세 거래서울 32% 계약갱신권 사용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전월세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늘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여파로 외면받던 빌라 시장이 최근 아파트 전월세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에 따라 대체 주거지로 부각되며 임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연립·다세대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전월세 거래 건수는 총 4만96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 4만6244건 대비 7.4% 증가한 수치며 직전 4개월(2025년 9~12월)과 비교하면 13.4% 급증한 규모다. 지난해 10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가격이 치솟자 서민층이 대체제인 빌라 전월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다. 수요가 몰리면서 빌라 임대료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빌라 전월세 가격이 오르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임차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1~4월 서울 연립·다세대 전월세 시장에서 갱신권을 쓴 비중은 32%로 작년 동기 대비 7.2%포인트 상승했다.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활용해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2년 더 버텨보려는 임차인들의 고육지책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홍혜진 기자]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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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노원·도봉·강북·성북전세가격 8.79% 급등세매매가 상승세보다 더 심각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보다 전월세 상승폭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강남권보다 노원·도봉·강북 등 강북권을 중심으로 임대차 가격이 강남권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이 외곽 실수요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연구실이 작성한 서울시 아파트 가격지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지수는 2.97% 상승했다. 이 기간 전세 실거래지수는 5.43%, 월세 실거래지수는 3.56% 올라 매매보다 임대시장의 상승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북·노원·도봉·성북이 포함된 '동북1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동북1권의 매매 실거래지수는 올해 4.95% 상승한 반면 전세는 8.79%, 월세는 6.99% 뛰었다. 전세 상승률은 서울 평균(5.43%)보다 3.36%포인트 높았고, 월세 역시 서울 평균(3.56%)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강남3구와 용산의 경우 전세 상승률은 3.39%, 월세 상승률은 2.06%에 그쳤다.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권보다 실수요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강북권에서 임대차 부담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전세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7116건으로 전년 동기(2만5943건) 대비 32.84% 감소했다. 반면 서울 매매시장은 올해 초 약세를 보이다가 다시 반등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지수는 3월 -0.96%를 기록한 뒤 4월 0.61%, 5월 1.73%로 상승 전환했다. 5월 기준 동남권은 2.00%, 서남권은 1.90%, 동북1권은 1.82% 상승하며 서울 전역으로 상승 흐름이 확산됐다. 매매시장에서는 권역별 차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데 반해 전월세 시장에서는 지역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이 교수는 이번 지표와 관련해 "서울 전체적으로 보면 매매가격 상승세가 강화되는 동시에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강남 지역의 상대적 매매가격 상승률 둔화와 맞바꾸는 형태로 한강벨트와 중저가 지역, 외곽지역의 전월세 가격 급등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편 실거래 기반 지표에서는 공식 통계보다 임대차 시장의 체감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올해 1~5월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한양대 실거래지수 기준 5.43%였지만 한국부동산원 전세지수는 3.46% 상승으로 집계됐다. [박소은 기자]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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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통과 앞둔 주택법 개정안대형 평형 쪼개 세대수 확대신축 세대 조합원 배정 허용재건축 비슷한 수준 규제완화상가 증축한도도 최대 30%로선거후 리모델링 활성화 기대 아파트 리모델링도 재건축처럼 새로 짓는 세대를 조합원에게 배정하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단지 내 상가를 넓혀 옮기거나, 여러 단지를 묶어 통합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 중층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리모델링 사업성을 높이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 4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기존 15개 주택법 개정안을 묶어 위원장 대안으로 의결했고,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조합원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리모델링도 재건축처럼 조합원이 기존 집 대신 신축 세대로 옮겨갈 수 있도록 했다. 신축 세대를 일반분양 물량으로만 쓰지 않고 조합원에게 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과 달리 기존 아파트의 골격을 유지한 채 증축과 대수선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원칙적으로 기존 동·호수가 유지됐다. 이 때문에 조합원에게 신축 세대는 '그림의 떡'이었는데, 앞으로는 동·호수 선택지가 늘어난다. 신규 세대로 옮기면 소유권을 정리하고 등기 절차도 밟을 수 있다. 상가 규제도 풀린다. 단지 내 상가 등 복리시설의 증축 한도를 기존 건축물 연면적 합계 10%에서 30%로 높였다. 또 건물 전부 또는 일부를 헐고 새로 배치하는 것도 허용한다. 상가를 유동인구가 많은 가로변으로 옮기고, 기존 상가 자리에 주거동을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간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상가는 대표적인 걸림돌이었다. 위치를 바꾸기 어려운 데다 현행 10% 증축 한도로는 기계실·전기실 같은 설비 공간을 늘리기도 쉽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상가를 빼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았던 이유다. 단지들을 묶어 '통합 리모델링'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개정안은 인접한 둘 이상의 단지를 결합해 전체를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붙어 있는 단지라도 사실상 각자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여러 단지들이 하나의 조합을 꾸려 대단지로 탈바꿈시키는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고, 단지별로 나뉜 커뮤니티 시설도 대형화·고급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리모델링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예고됐던 대형 평형 분할도 법안에 포함됐다. 전용면적 85㎡ 초과 세대를 개별 소유가 가능한 두 채 이상으로 나누면 기존 세대 수의 5% 이내에서 세대 수를 더 늘릴 수 있다. 대형 평형을 소형 주택으로 쪼개 분양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장치다. 정비업계에선 이번 주택법 개정안을 리모델링 시장의 '단비'로 보고 있다. 서울·수도권엔 용적률이 200%가 넘어 재건축 사업성이 나오기 어려운 1990년대 중층 아파트가 적지 않다.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제도 미비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공동주택은 147개 단지 11만9390가구다. 서울이 79개 단지로 가장 많고, 경기·인천이 60개 단지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신동아5차와 인근 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 등 이른바 '우극신'은 대표적인 수혜 단지로 꼽힌다. 단지들이 맞붙어 있고 사업 속도가 비슷해서 통합 개발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치2단지, 성내삼성, 목동 한신청구, 남산타운 아파트 등도 체감 효과가 클 수 있다. 백준 제이앤케이 대표는 "기존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도 사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번 개정안은 시장의 오랜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점에서 리모델링 사업에 활기가 돌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