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유가·환율 불안
자재비 증액 두고 다툼 확산
분쟁금 2428억·건당 평균 40억
“건설현장 분쟁 길어질수록
소송·공기 연장 번질수 있어”
중동전쟁에 따른 원자재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발주처와 시공사 간 건설현장 분쟁도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사비 증액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의 건설분쟁조정제도는 조정 성립률이 낮고 처리 기간도 길어, 현장 갈등을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매일경제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건설분쟁조정위원회 분쟁 접수·처리 현황’(2023년~2026년5월18일 집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조정위에 접수된 분쟁은 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월별 기준 최대치로, 2024년 12월 14건, 2023년 7월 10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5월 18일까지 누적 접수 건수는 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건을 웃돌았다.
건설분쟁 접수는 2023년 32건에서 2024년 43건으로 늘었다가 2025년 38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올해 들어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페인트·방수재·단열재 등 마감자재는 석유화학 제품 비중이 높아 유가와 환율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환율 불안이 이어질 경우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누적된 공사비·자재비 상승 관련 분쟁 규모도 작지 않다. 202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조정위에 접수된 ‘공사비·자재비 상승 관련’ 분쟁금액은 총 2428억원으로 집계됐다. 분쟁 1건당 평균 신청금액은 39억8000만원에 달한다. 공사비·자재비 상승 관련 분쟁은 2023년에는 20건, 2024년 23건, 2025년 16건이 접수됐다. 올해는 5월까지 2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조정제도의 실효성이다. 202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체 조정신청 133건 중 조정이 성립된 사건은 7건으로, 성립률은 5.26%에 그쳤다. 같은 기간 조정불성립은 18건, 소 제기로 이어진 경우는 15건이었다. 취하 7건, 각하·반려도 29건으로 집계됐다.
조정이 성립된 경우도 접수부터 조정까지 평균 295일이 소요됐다. 공사비 갈등이 발생해도 조정 절차만으로는 신속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공사비 증액 협의가 지연될 경우 시공사는 원가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발주처는 준공 지연과 추가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비 증액 요구가 민간 정비사업뿐 아니라 공공주택, 산업단지 배후 주거지, 사회간접자본 공사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본다. 조정이 지연되면 공사 중단, 준공 지연,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선 시간이 돈”이라면서 “분쟁조정이 빠르게 작동하지 않으면 결국 소송이나 공기 연장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