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도권에 2년간 매입임대 9만채 공급
LH에서 기존의 건물 사들여
저렴한 임대로 공급하는 제도
앞으론 건물 통째 매입 아닌
가구별 나눠서 매입도 가능
LH가 토지비 80%까지 부담정부가 발표한 비아파트 매입임대 확대 대책은 전세사기 여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으로 공급 위축이 심화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직접 집을 지으려면 땅 확보부터 준공까지 통상 5년 이상이 걸리지만, 민간이 건설하는 빌라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을 중간에 사들이면 1~2년 안에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최근 대출 감소와 전세사기 여파, 아파트 선호 현상으로 비아파트 공급이 급감하자 공공이 대규모 매입에 나서 시장에 풀겠다는 것이다.
◆ 서울 전세 매물 올 들어 24% 뚝
실제 시장의 공급 가뭄과 전월세 지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349가구(임대 제외)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가 자료를 집계한 1999년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도 1만8941가구로 2013년 이후 최소치다. 비아파트인 오피스텔 입주 규모도 올해 7245실에서 내년 4208실, 2028년 1341실로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3년간 수도권 비아파트 착공 물량 역시 장기 평균 대비 20~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은 전월세난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월세 물건이 급감하며 가격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1월 1일 2만3060개에서 5월 22일 기준 1만7459개까지 24.3% 줄었다. 지난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며 일부 임대인들이 매매 물건을 전월세 매물로 전환해 최근 소폭 늘었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부족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월세 매물 역시 이 기간 2만1364개에서 1만5989개로 25.2% 줄었다. 그러는 사이 전월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월 100에서 4월 102.2까지 증가했다.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100에서 103.3으로 상승폭이 더 가팔랐다. 비아파트인 연립 전세가격지수도 100에서 100.3으로 소폭 올랐다. 임대인이 우위에 서며 계약갱신권을 쓰면서도 임차인이 현금을 얹어 주거나 별도로 월세를 내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울 전체와 경기 12개 시·구 등 규제지역에 매입 물량의 70% 이상을 몰아줄 계획이다. 기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향후 5년간 매입임대 14만가구를 계획했으나 이번 규제지역 집중 공급 정책을 통해 총 규모를 15만가구로 1만가구 늘릴 방침이다.
◆ LH, 빌라·상가 매입해 임대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수요가 가장 많은 규제지역에 집중해 매입임대 약정과 착공 물량을 더 늘리겠다는 얘기"라며 "낡은 빌라나 오래된 상가, 교회, 혹은 빈 땅을 활용해 오피스텔이나 도심형 생활주택을 짓는 형태인데 공급 속도가 빠르고 2030청년층 수요가 많은 주택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물을 동 단위로 통째로 사들여야만 했지만 앞으로는 한 건축물 안에서 20~50가구씩 쪼개서 구입하는 '부분 매입'을 허용한다. 아울러 규제지역 내 최소 매입 기준을 기존 서울 19가구, 경기 50가구에서 모두 10가구로 낮추고, 기존 주택 구입 시 적용되던 건축연한 기준도 배제해 매매 대상과 물량을 늘린다.
◆ 건설업자 금융지원 강화
건설업자의 자금줄을 터주기 위한 금융 지원도 실시된다. 초기 사업 단계에서 LH가 지급하는 토지 확보 지원금을 기존 70%에서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상향한다. 잔여 토지비와 설계비 등 사업자의 초기 자금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 대출 보증 지원을 강화해 전체 토지비의 10% 수준까지 부담을 낮춰준다.
착공 후 대금 처리 방식 역시 기존 3단계(골조공사 완료, 준공, 품질 검사 후) 분할 지급에서 공정률을 반영해 3개월 단위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동 단위 구입만 허용하던 규제를 풀어 부분 매입을 허가한 점은 민간 사업자의 미분양 리스크를 즉각 덜어주는 구제책"이라며 "공사비 조달에 허덕이던 중소 건설사들의 숨통을 틔워 공급 속도를 끌어올려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혜진 기자 /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