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상처난 땅 보듬는 것 … 좋은 공간은 인간을 살리죠"

이용안 기자(lee.yongan@mk.co.kr)

2026-05-18 17:51



포니정 혁신상 정영선 조경가, 정몽규 HDC그룹 회장 대담
진행 = 이지용 부동산부장







건축은 구조를 세우고, 정원은 그 구조에 숨을 불어넣는다. 한 사람은 도시라는 공간의 형태를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도시 공간에 시간의 변화를 심는다.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인 정영선 작가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HDC그룹 정몽규 회장은 각자 다른 영역에 서 있지만 공간을 대하는 감각만큼은 닮아 있었다. 어디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보다 그 자리가 원래 어떤 결을 품고 있었는지, 또 그 결을 살려 어떤 맥락을 만들지 묻는 태도다.

포니정 혁신상을 계기로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대화는 단순히 건물과 나무 이야기에 머물지 않았다. 이 대담은 건축과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 후대가 100년 후 어떤 도시,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였다.

- 조경과 건축 모두 땅 위에서 출발한다. '좋은 땅'이란 어떤 곳인가.

▷정 조경가=주변에 좋은 산과 강, 들판 등 훌륭한 자연경관을 갖춘 곳이나 넓은 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 등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도시에선 이런 공간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저는 주변의 좋은 환경을 더 잘 드러나게 하고, 상처 입은 땅을 보듬는 작업을 해왔다. 좋은 땅을 만들어 가는 게 제 일이었다.

▷정 회장=좋은 땅이란 단순히 입지만 좋은 곳을 뜻하지는 않는다. 개발 사업을 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그 땅이 갖고 있는 시간과 맥락이다.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갖춘 땅이 우선 좋은 땅이라고 생각한다.







- 건축과 조경은 효율성과 지속성의 가치가 충돌한다. 둘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정 조경가=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관계다. 건축과 조경이 상반되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 같지만, 사실 두 분야 모두 건설업이라고 하는 같은 범주 안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건축과 조경을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저는 건축이 아무리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이 땅에 맞는 풍경으로 바꿔주거나 주변과 조화시키는 데 노력했기에 건축과 부딪힐 일이 드물었다.

▷정 회장=아직도 건축물이 만들어진 후 조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과 조경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같이해야 한다. 이렇게 조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 선생님이 포니정재단의 혁신상을 수상하신 게 아닌가 싶다.

- 정 조경가님 작품엔 '치유'와 '회복'의 감각이 강하게 배어 있다. 좋은 조경은 어떤 것인가.

▷정 조경가=선유도공원에서의 경험이 있다. 준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한 여성분을 만났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양화대교를 건너다가 선유도공원을 걸으며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신 분이었다. 저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셨는데, 그곳의 자연이 그분의 마음을 다잡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좋은 공간은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고도 믿는다. 개인적으로 가족을 간병하던 시기를 겪으며 병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인지 알게 됐다.






- 회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개발'이란.

▷정 회장=건설 이후에도 고객을 위해 계속 상품 관리와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며, 좋은 이웃이 되는 동반자적 개발이 좋은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수원 아이파크시티'처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품은 도시를 만들면 지역사회 전체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도시를 만드는 대규모 개발은 큰 이익을 내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관리비까지 줄여준다.

- 정 조경가님은 '땅이 품고 있는 시간과 기억'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하셨다. 개발 압력이 큰 서울에서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새 공간을 만드는 일이 가능한가.

▷정 조경가=서울은 개발 압력이 엄청난 도시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기억을 남기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옛길과 가로수, 소소한 정원과 물길, 마을의 흔적을 형태로 남기거나, 그 자리에 살던 상징적인 식물을 남기는 일로 대신해 왔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기에 자연을 위한 공간을 남겨두면 사라진 것들이 다시 돌아온다. 서울은 옛 문화와 풍경 등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도시다. 동시에 하나의 복합적인 작품이다. 이런 가치가 계속 남아 있으면 한다.

- 정 조경가님은 많은 작품을 완성하셨는데, 새롭게 구상 중인 것이 있는지.

▷정 조경가=하고 싶은 작업이 하나 있다. 한강의 발원지 강원도 태백산부터 시작한 이 강에는 어떤 역사가 있는지, 어떻게 흐르는지, 그 속에서 서울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을 책으로 만들어서 후대에 남기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 조경가로서 단순히 조경만 하는 게 아니라 보존하고 가꿔야 할 곳을 잘 정리하는 게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이용안 기자 정리 / 사진 한주형 기자]




분야별 주요뉴스

  1. 1

    1941년생 첫 여성 조경가 정영선 "오늘 아침에도 직접 화단에 꽃을 심고 왔습니다. 장갑을 끼면 손의 감각이 둔해져 맨손으로 심었지요." 1941년생, 곧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정영선 조경가는 여전히 맨손으로 흙을 만진다. 장갑을 끼면 모종이 작아 온전히 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조경가는 매일 땅을 들여다보고 손으로 만지며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본인만의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 정 조경가는 어릴 적 자랐던 과수원과 집 풍경으로부터 막연히 조경에 대한 동경을 가졌다. 이는 그를 서울대 농학과로 이끌었는데, 당시 한국 사회엔 조경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전이었다. 졸업 후 잠시 잡지사 기자로 활동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1973년 당시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처음 개설된 환경조경학과 1기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조경 여정이 시작됐다. 1980년에 한국 1호 여성 조경 국토개발기술사가 됐다. 이후 조경설계 서안 대표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2023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조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제프리 젤리코 상을 받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준공연도 기준 예술의전당(1988), 샛강생태공원(1997), 호암미술관 희원(1997), 영종도 신공항(2001), 선유도공원(2002), 서울아산병원(2008), 서울식물원(2019) 등이 있다. 취미가 일이 되면 아무리 좋아했던 일도 싫증에 빠진다는 말이 있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경과 함께해온 정 조경가는 아직도 조경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은 듯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이 표현이 정 조경가 미학의 핵심이다. 기존 작품과 최근 작품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그는 "별로 변한 게 없다. 옛날에는 이렇게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한다는 식의 변화는 없다"며 "그 자리에 맞는 것을 했고, 내 고집은 별로 없다"고 답했다. 정영선 조경가 △1941년 경상북도 경산 출생 △1964년 서울대 농과대학 농학과 졸업 △1975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졸업 △1975년 청주대 조경학과 교수 △1980년 여성 첫 국토개발기술사 취득 △1987년~ 조경설계 서안주식회사 대표 △1999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2010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석좌교수 [이용안 기자 정리] 관련기사

  2. 2

    포니정 혁신상 정영선 조경가, 정몽규 HDC그룹 회장 대담진행 = 이지용 부동산부장 건축은 구조를 세우고, 정원은 그 구조에 숨을 불어넣는다. 한 사람은 도시라는 공간의 형태를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도시 공간에 시간의 변화를 심는다.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인 정영선 작가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HDC그룹 정몽규 회장은 각자 다른 영역에 서 있지만 공간을 대하는 감각만큼은 닮아 있었다. 어디에 무엇을 세울 것인가보다 그 자리가 원래 어떤 결을 품고 있었는지, 또 그 결을 살려 어떤 맥락을 만들지 묻는 태도다. 포니정 혁신상을 계기로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대화는 단순히 건물과 나무 이야기에 머물지 않았다. 이 대담은 건축과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 후대가 100년 후 어떤 도시,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였다. - 조경과 건축 모두 땅 위에서 출발한다. '좋은 땅'이란 어떤 곳인가. ▷정 조경가=주변에 좋은 산과 강, 들판 등 훌륭한 자연경관을 갖춘 곳이나 넓은 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 등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도시에선 이런 공간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저는 주변의 좋은 환경을 더 잘 드러나게 하고, 상처 입은 땅을 보듬는 작업을 해왔다. 좋은 땅을 만들어 가는 게 제 일이었다. ▷정 회장=좋은 땅이란 단순히 입지만 좋은 곳을 뜻하지는 않는다. 개발 사업을 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그 땅이 갖고 있는 시간과 맥락이다.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갖춘 땅이 우선 좋은 땅이라고 생각한다. - 건축과 조경은 효율성과 지속성의 가치가 충돌한다. 둘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정 조경가=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관계다. 건축과 조경이 상반되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 같지만, 사실 두 분야 모두 건설업이라고 하는 같은 범주 안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건축과 조경을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저는 건축이 아무리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이 땅에 맞는 풍경으로 바꿔주거나 주변과 조화시키는 데 노력했기에 건축과 부딪힐 일이 드물었다. ▷정 회장=아직도 건축물이 만들어진 후 조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과 조경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같이해야 한다. 이렇게 조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 선생님이 포니정재단의 혁신상을 수상하신 게 아닌가 싶다. - 정 조경가님 작품엔 '치유'와 '회복'의 감각이 강하게 배어 있다. 좋은 조경은 어떤 것인가. ▷정 조경가=선유도공원에서의 경험이 있다. 준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한 여성분을 만났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양화대교를 건너다가 선유도공원을 걸으며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신 분이었다. 저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셨는데, 그곳의 자연이 그분의 마음을 다잡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좋은 공간은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고도 믿는다. 개인적으로 가족을 간병하던 시기를 겪으며 병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인지 알게 됐다. - 회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개발'이란. ▷정 회장=건설 이후에도 고객을 위해 계속 상품 관리와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며, 좋은 이웃이 되는 동반자적 개발이 좋은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수원 아이파크시티'처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품은 도시를 만들면 지역사회 전체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도시를 만드는 대규모 개발은 큰 이익을 내면서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관리비까지 줄여준다. - 정 조경가님은 '땅이 품고 있는 시간과 기억'을 먼저 읽어야 한다고 하셨다. 개발 압력이 큰 서울에서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새 공간을 만드는 일이 가능한가. ▷정 조경가=서울은 개발 압력이 엄청난 도시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기억을 남기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옛길과 가로수, 소소한 정원과 물길, 마을의 흔적을 형태로 남기거나, 그 자리에 살던 상징적인 식물을 남기는 일로 대신해 왔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기에 자연을 위한 공간을 남겨두면 사라진 것들이 다시 돌아온다. 서울은 옛 문화와 풍경 등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도시다. 동시에 하나의 복합적인 작품이다. 이런 가치가 계속 남아 있으면 한다. - 정 조경가님은 많은 작품을 완성하셨는데, 새롭게 구상 중인 것이 있는지. ▷정 조경가=하고 싶은 작업이 하나 있다. 한강의 발원지 강원도 태백산부터 시작한 이 강에는 어떤 역사가 있는지, 어떻게 흐르는지, 그 속에서 서울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을 책으로 만들어서 후대에 남기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 조경가로서 단순히 조경만 하는 게 아니라 보존하고 가꿔야 할 곳을 잘 정리하는 게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이용안 기자 정리 / 사진 한주형 기자] 관련기사

  3. 3

    국회서 부동산 정책 세미나서울 8.7% 올라 전년比 4.4배임대공급 위축땐 집값 자극 우려 새 정부 출범 이후 약 11개월간 강남권보다 서울 외곽 지역의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북·노원·도봉·성북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직전 1년 대비 10배 넘게 뛰었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와 임대사업 축소 정책을 강화하면서 외곽 지역 전월세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이재명 정부 1년 부동산 정책 평가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서 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6월부터 올해 5월 11일까지 평균 전셋값 상승률을 분석했다. 약 11개월간 서울시 평균 전셋값 상승률은 8.66%로, 직전 1년 상승률(1.96%)의 4.4배 수준이다. 특히 외곽 지역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북·노원·도봉·성북구의 전셋값은 같은 기간 평균 12.63% 올랐다. 직전 1년 상승률(1.09%)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11배 이상 크게 확대됐다. 반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전셋값 상승률이 7.83%로, 직전 1년(4.33%) 대비 상승폭 확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한강벨트 지역도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광진·동작·성동·마포구의 전셋값은 11개월 동안 평균 9.35% 상승해 직전 1년 상승률(2.07%)의 4.5배 수준을 기록했다. 월세 시장 역시 외곽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불안해졌다. 서울 평균 월세 상승률은 8.35%로 직전 1년(3.57%)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강북·노원·도봉·성북구는 월세가 평균 13.14% 올라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 교수는 "다주택자 및 비거주 1주택자 전월세 주택 매각 유도는 중저가 전월세 시장의 붕괴에 가까운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매물 유도를 목적으로 형성된 '1가구 1주택 소유·거주주의' 정책의 폐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소은 기자] 관련기사

  4. 4

    직방 올해 아파트 거래량 분석동탄·기흥·안양 만안도 늘어 올해 들어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 문턱이 높아지고 전월세난이 심해진 가운데 서울 접근성이 좋고 규제가 덜한 수도권 중저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직방은 올해 1~4월 경기·인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6만62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13건보다 33% 증가했다고 18일 밝혔다. 거래량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구리시였다. 올해 1~4월 구리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708건으로 작년 동기(468건)보다 265% 급증했다. 화성시 동탄구(136%), 용인시 기흥구(115%), 안양시 만안구(92%) 등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임영신 기자] 관련기사

  5. 5

    생숙·오피스텔 가격 하락에로펌, 전국 소송 부추겼지만마곡르웨스트 등 판결서법원은 시행사 손들어줘계약자 연체이자만 떠안아 최근 생활형 숙박시설과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을 둘러싼 집단소송이 확산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는 시행사와 건설사에 유리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분양 당시 안내 내용이나 계약서상 고지 사항이 확인될 경우 계약 취소가 쉽게 인정되지 않으면서, 소송에 참여한 수분양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부 중소형 로펌이 수분양자 불안을 자극해 집단소송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서울 서초동 레지던스 '서초로이움지젤' 일부 분양 계약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계약금을 돌려주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가 해당 건물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양 홍보물에 '주거' '거주' 표현이 일부 쓰였더라도, 법적 용도가 숙박시설이고 숙박업·부동산 임대업 용도라는 점도 비교적 상세히 고지됐다고 판단했다. 생활형숙박시설 관련 계약 취소·해제 소송은 최근 2~3년 사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 부동산 호황기인 2020~2021년 분양된 물건들이다. 이후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의 주거 사용 제한을 명확히 하면서 "실거주가 가능한 줄 알고 계약했다"는 소송이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생활형 숙박시설 관련 집단소송은 최소 50여 건, 소송 참여자는 30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소송 흐름은 오피스텔과 상가, 지식산업센터로도 번지고 있다. 오피스텔은 부실 시공과 할인 분양, 상가는 설계 변경과 임대수익률 보장, 지식산업센터는 대출 한도 축소와 과장 광고 등이 주된 쟁점이다. 다만 법조계와 분양업계에서는 단순한 시장 침체나 기대수익 하락만으로는 계약 해제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본다. 중대한 하자,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수준의 시행사 책임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수분양자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패소하면 그동안 납부하지 않은 중도금과 잔금, 연체이자, 소송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집합건물 분쟁 소송 전문 법무법인 라움의 부종식 변호사는 "분양 계약자들이 긴 싸움 끝에 승소하더라도 그새 시행사가 파산해 보상을 못 받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최근 판결 흐름도 수분양자에게 녹록지 않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마곡르웨스트 오피스텔 수분양자 404명이 시행사 마곡마이스PFV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분양공고 등에 생활형 숙박시설로서 실거주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시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기 시흥 거북섬 복합쇼핑몰 보니타가 계약자 99명이 참여한 소송 1심에서도 시행사가 승소했다. 정부도 분양계약 해약 기준 정비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바닥면적 3000㎡ 이상 분양 건축물과 30실 이상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분양신고 내용과 광고가 달라 시정명령을 받았더라도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해약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손동우 기자] 관련기사

  6. 6

    문주현 회장 기념식서 밝혀시니어 주택 등 사업 다각화임대운영·투자금융 확장 의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부동산 개발을 넘어 매니지먼트까지 사고의 영역을 넓혀야 할 때입니다." 문주현 엠디엠(MDM)그룹 회장(사진)에겐 '대기업 총수 반열에 오른 첫 부동산 디벨로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실제로 엠디엠그룹은 부동산 개발 업계에선 최초로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에 지정했고, 2025년 발표에서 63위에 올랐다. 부동산 개발부터 신탁, 캐피털, 자산운용, 리츠 AMC(자산관리회사)까지 '부동산 개발과 금융의 수직 계열화'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완성시킨 사람도 문 회장이다. 미국 등 해외 사업에서도 저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문 회장은 "가야 할 길은 멀고, 세상은 어느 때보다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며 그룹의 '체질적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1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파르나스에서 열린 그룹 창립 28주년 기념식에서 "엠디엠 그룹은 엠디엠의 부동산 개발과 한국자산식탁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을 두 축으로 성장해 왔다"며 "하지만 개발과 금융 모두 혁신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앞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개발 부문은 자산을 보유하고 임대·관리하는 부동산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엠디엠 그룹은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과거 국군정보사령부 용지에 오피스 5개 동과 문화, 판매시설 등이 들어서는 지하 7층~지상 19층, 연면적 60만65㎡(약 18만평) 규모의 복합 오피스타운을 건설하는 서리풀 복합시설 개발사업이 대표 사례다. 시니어 부문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을 통해 임대형 시니어 주택을 공급했고, 첫 프로젝트 리츠(동탄 헬스케어 리츠)를 통해 경기 화성동탄2지구에 노인복지주택 등을 개발하고 있다. 엠디엠그룹은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새 주거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위해 시니어주택 전문 운영사인 '엠포레'까지 설립했다. 그는 "그룹의 금융 부문도 단순한 부동산 금융을 넘어 벤처캐피털과 SOC 투자사, PE(사모펀드) 등 투자금융을 확대해 종합금융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자산뿐만 아니라 그룹 자본도 구조화해서 자본가치를 높이고, 투자금융의 명가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동우 기자] 관련기사

  7. 7

    누적 상승률 작년 동기분 큰 폭↑매매는 세제 등 거시요인이 변수전월세 시장은 강세 이어질 듯 서울 아파트 시장이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여파로 주춤했던 매매가격이 최근 다시 반등했고, 전세는 매물 부족, 월세는 전세의 월세화 가속 속에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지면서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둘째 주(5월11일 기준)까지 누적 3.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은 작년 동기(1.53%)의 2배 수준이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1월 1.07%였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이후인 2월 0.74%로, 3월에는 0.34%까지 축소됐다가 4월 0.55%로 다시 확대된 것이다. 서울 전세가격 올해 누적 상승률은 5월 둘째 주까지 2.89%로 아직 매매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작년 같은 기간(0.48%)과 비교하면 6배 수준으로, 연초부터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다. 월간 단위로 공표되는 월세 상승률 역시 4월까지 2.39%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0.57%) 수준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수급동향 측면에서는 매도자 우위가 뚜렷한 모습이다. 주간 단위 확인이 가능한 매매와 전세수급지수는 가장 최근 수치인 5월 둘째 주 기준 각각 108.3과 113.7을 기록했다. 월간으로 공표되는 월세수급지수는 올 4월 기준 109.7로 조사됐다. 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물을 내놓는 사람보다 구하려는 사람이 많음을 뜻한다. 0에 가까우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주간 매매수급지수는 2021년 3월 첫째 주(108.5) 이후, 전세수급지수는 같은 달 둘째 주(11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월 월세수급지수는 2021년 10월(110.6)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유동성과 금리, 세제 등 거시 요인을 상승세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 올 3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평잔)은 4132조1000억원으로 작년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자산 처분 소득이 부동산으로 본격 유입되면 매매시장 강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집값 상승에 제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내수 부진을 이유로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제 개편은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일부 시장에 가격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택시장에서 비중이 큰 비거주 1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면 고가 주택 처분과 다운사이징 등을 위한 급매물이 다시 풀릴 수 있다. 다만 최근 아파트 시장은 보유세 부담 등이 덜한 중하위권 시장이 전체를 견인하는 형국이어서 강남 등 상급지가 가격 조정을 받더라도 다른 곳은 계속 상승하는 디커플링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월세의 가파른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부동산원의 4월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55% 오르는 동안 전세는 0.82%, 월세는 0.74% 상승했다. 빌라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전세사기 사태를 거치면서 임차 수요자들의 아파트 선호가 강해졌지만 전세 공급의 큰 부분을 책임지는 신축 입주물량은 부족해진 상황이다. 정부가 작년 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공공주택 등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착공 기준으로, 준공 후 입주까지는 적어도 2∼3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계속 심화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전세 물량 감소와 전월세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매시장이 안정된다고 해서 전월세 시장이 자동으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준주거지역이나 준공업지역 등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곳에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을 지어 전월세 공급 효과를 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관련기사

  8. 8

    서울시 “GTX 삼성역 시공·감리 책임은 현대건설·삼안” 서울시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기둥 주철근 누락 사실을 지난해 11월부터 국가철도공단에 세 차례 보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최근 불거진 ‘보고 지연’ 논란에 대해 시공사인 현대건설로부터 시공 오류를 보고 받은 직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국가철도공단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본 공사 위수탁 협약서(서울시-국가철도공단) 절차에 따라 기둥 주철근 누락 사항이 포함된 감리 보고서를 국가철도공단에 공문으로 지난해 11월 13일, 12월 12일, 올해 1월 16일 등 세 차례 보고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11월 10일 일부 철근이 누락된 사실을 서울시에 최초 보고했고, 시가 사흘 뒤인 13일 서울시가 국가철도공단에 감리 보고서를 보냈다는 의미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지난해 11월 10일 시공사로부터 사실을 보고받은 뒤 국가철도공단과의 위탁 협약 제10조에 따라 매월 건설관리보고서(감리보고서)를 제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건설관리보고서에 관련 사안을 세 차례 포함해 철도공단에 통보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또 “시공사로부터 관련 사항을 통보 받고 즉각 현장 안정점검을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구조기술사를 통해 구조안전성 검토를 진행한 결과 현재 기둥에 작용하는 하중은 구조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서울시는 이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공사를 지속하면서 보강 공법 적용시 구조적 안정성, 시공 가능성, 향후 유지관리 영향 등을 종함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4월 최종 보강방안을 확정했고, 해당 내용을 4월 24일 국가철도공단에 공유하고, 4월 29일엔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안을 안전관리시스템이 작동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감리에 대해 서울시는 삼안이 시공 단계에서 품질 및 안전관리 실태 확인 등 발주청 감독 권한대행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리에 대한 책임이 서울시장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9. 9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신임 상근감사위원에 이명원 전 해운대구의회 의원이 취임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신임 상근감사위원은 부산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영산대학교 겸임교수, 해운대구의회 의장과 부산 시구 군의회 의장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지방의회 재임 동안 예산과 결산, 행정사무 감사와 정책 검증 등 다양한 의정활동을 수행하며 공공정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다. HUG는 이 신임 상근감사위원이 지방의회와 학계에서 축적한 경험과 공공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관의 투명성 제고와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근감사위원은 취임사를 통해 “예방과 개선 중심의 감사와 적극행정을 지원하는 감사로 HUG가 시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장 중심의 감사활동과 예방 중심의 내부통제를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10. 10

    서울시, 2025 우수디자인 작품집 발간시민이 디자인한 우수 건축물 직접 선정공공·일반·공동주택 3개 부문 30선 서울시가 시민이 직접 뽑은 우수 건축 디자인 30선을 한 권에 담은 작품집을 발간한다. 서울시는 18일 ‘2025 우수디자인 작품집’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2025년도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 안건 가운데 실무진 검토와 전문가 사전 심사를 바탕으로 최종 후보를 정리했다. 이후 시민이 직접 투표해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공공건축물·일반건축물·공동주택 3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했다. 공공건축물 부문에서는 강북구 수유동 강북구 신청사 건립 국제설계공모, 일반건축물 부문에서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 공동주택 부문에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이 각 부문에서 대상에 올랐다. 강북구 신청사는 자연적 요소와 도시적 조직을 결합한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의 ‘강북삼경(江北三景)’ 설계다. 일상과 자연, 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공간구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잠실 MICE 복합공간은 스포츠, MICE, 문화, 수변공간을 통합한 미래형 복합도시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광장 중심의 공공보행통로로 개방적 도시플랫폼을 조성한 점이 돋보인다.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은 주거, 업무, 상업기능이 중첩된 여의도 도심에서 도시 흐름을 끊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한 부분과 공개공지, 입체보행로를 통해 내외부 공간을 연결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최우수상에는 노들 글로벌 예술섬, 여의도동 36-1번지 업무시설(구 키움파이낸스스퀘어), 거여새마을 공공재개발 등이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묵1동 복합청사, 충현2구역 업무시설, 중계본동 재개발사업 등이 최종 30선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우수디자인 작품집은 서울시 누리집 누택정보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