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오피스텔 가격 하락에
로펌, 전국 소송 부추겼지만
마곡르웨스트 등 판결서
법원은 시행사 손들어줘
계약자 연체이자만 떠안아최근 생활형 숙박시설과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을 둘러싼 집단소송이 확산하고 있지만, 법원에서는 시행사와 건설사에 유리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분양 당시 안내 내용이나 계약서상 고지 사항이 확인될 경우 계약 취소가 쉽게 인정되지 않으면서, 소송에 참여한 수분양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부 중소형 로펌이 수분양자 불안을 자극해 집단소송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서울 서초동 레지던스 '서초로이움지젤' 일부 분양 계약자들이 시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계약금을 돌려주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가 해당 건물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양 홍보물에 '주거' '거주' 표현이 일부 쓰였더라도, 법적 용도가 숙박시설이고 숙박업·부동산 임대업 용도라는 점도 비교적 상세히 고지됐다고 판단했다.
생활형숙박시설 관련 계약 취소·해제 소송은 최근 2~3년 사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 부동산 호황기인 2020~2021년 분양된 물건들이다. 이후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의 주거 사용 제한을 명확히 하면서 "실거주가 가능한 줄 알고 계약했다"는 소송이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생활형 숙박시설 관련 집단소송은 최소 50여 건, 소송 참여자는 30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소송 흐름은 오피스텔과 상가, 지식산업센터로도 번지고 있다. 오피스텔은 부실 시공과 할인 분양, 상가는 설계 변경과 임대수익률 보장, 지식산업센터는 대출 한도 축소와 과장 광고 등이 주된 쟁점이다. 다만 법조계와 분양업계에서는 단순한 시장 침체나 기대수익 하락만으로는 계약 해제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본다. 중대한 하자,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수준의 시행사 책임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수분양자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패소하면 그동안 납부하지 않은 중도금과 잔금, 연체이자, 소송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집합건물 분쟁 소송 전문 법무법인 라움의 부종식 변호사는 "분양 계약자들이 긴 싸움 끝에 승소하더라도 그새 시행사가 파산해 보상을 못 받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최근 판결 흐름도 수분양자에게 녹록지 않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 마곡르웨스트 오피스텔 수분양자 404명이 시행사 마곡마이스PFV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분양공고 등에 생활형 숙박시설로서 실거주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시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기 시흥 거북섬 복합쇼핑몰 보니타가 계약자 99명이 참여한 소송 1심에서도 시행사가 승소했다.
정부도 분양계약 해약 기준 정비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바닥면적 3000㎡ 이상 분양 건축물과 30실 이상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분양신고 내용과 광고가 달라 시정명령을 받았더라도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해약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