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높여 주택공급 속도
헐값 매입에 발목잡힌 정비사업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탄력 기대
전세난과 도심 주택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정비사업 임대주택 인수가격 현실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가로 의무 건설하는 임대주택을 공공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사들이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고 공급까지 지연된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용적률 완화에 따른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 기준을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건축비'와 연동하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만 남겨두고 있다. 임대주택 인수에 적용돼온 표준건축비는 2023년 2월 이후 3년째 동결돼 실제 공사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표준건축비는 ㎡당 110만~120만원으로, 분양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당 222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정부는 서민 주거비 부담을 고려해 표준건축비 인상을 억제해왔다. 표준건축비가 공공임대료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주택을 비싸게 지어 공공에 헐값으로 넘겨야 했던 만큼 민간의 공급 기피를 부추겼다.
이번 개정안은 용적률 상향에 따라 짓는 임대주택 인수가격을 기본형의 50~100%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와 시장에서는 80%로 명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형의 80%를 적용하면 조합이 받는 인수가격은 기존보다 약 1.4배 상승한다. 지난 2월 27일 고시된 기본형 기준 평당(3.3㎡) 인수가격은 약 586만원이 산출되며 새시 등 가산 비용을 포함하면 평당 600만원 선이 된다. 서울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평당 850만원)보다는 낮지만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은 토지 조성 비용을 포함할 필요가 없어 건축비인 600만원만 보전받아도 건설사와 조합으로서는 사실상 본전을 찾는 셈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가 용적률 혜택을 받는 대가로 전용 84㎡ 임대주택 2채를 더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집을 짓는 데 들어가는 설계비와 자재비 등 순수 공사비가 채당 6억원이라고 치면, 2채를 짓는 데 총 12억원이 투입된다. 그동안 시는 이 임대주택을 가져가면서 표준건축비 기준인 단돈 2억원만 지불해왔다. 하지만 인수가격이 기본형의 80%로 현실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에서 약 3억4000만원을 보전받으면 사업자는 8억6000만원만 메우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나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매입 예산 지출이 늘어나지만 돈을 더 주고라도 임대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주거복지 측면에서 이득이다.
[홍혜진 기자 /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