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아파트 분양가
잠원동 분양 아파트보다 높아
분상제 적용 강남3구·용산구
로또청약 논란, 이 대통령도 지적
고분양가에 非분상제 청약도 어려워
# 지난 3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동작구 노량진동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전용 59㎡ 분양가격이 21억~22억원대, 84㎡는 25억원대로 책정됐다. 타입별 분양 최고가는 각각 22억880만원, 25억8510만원이다. 59㎡ 분양가는 지난주 분양에 나선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보다 1억6000만원가량 더 높다. 오티에르 반포 59㎡ 최고 분양가는 20억4610만원, 84㎡는 27억5650만원이었다. 지난달 분양을 마친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59㎡ 최고 분양가 18억6490만원)와 비교하면 자이드파인이 약 3억5000만원 더 비싸다. 비강남권에서 강남권 분양가격을 역전한 셈이다.
서울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주변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는 이른바 ‘로또 청약’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주문한 바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신동아 1·2차 재건축) 전용 59㎡C 당첨 가점에서 84점 만점이 나왔다. 올해 첫 청약 만점이 나온 사례이자 지난해 9월 송파구 잠실 르엘 이후 약 7개월 만의 기록이다.
청약 가점 만점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과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충족해야 한다. 청약 가입자를 포함해 최소 7인 가구가 15년 넘게 무주택을 유지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아크로 드 서초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59㎡A의 최저 가점은 74점로 5인 가족(부양가족 4명)이 15년 이상 무주택과 통장 가입 기간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1~2명을 둔 30~40대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 64~69점인 것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점수다.
아크로 드 서초 청약 당첨자는 17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해당 단지는 지난 1일 1순위 청약에서 30가구 모집에 3만2973명이 신청해 평균 109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아크로 드 서초가 위치한 서초구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전용 59㎡C의 최고 분양가가 17억9340만원이다. 인근 서초 그랑자이 전용 59㎡는 지난 1월 3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6월 국무회의에서 ‘로또 분양’ 현상에 대해 주변 집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으로 지목, 13년 만에 주택채권입찰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당첨자 시세차익 공공 재원으로 환수…채권입찰제 도입하나
현재 분양가상한제(분상제)는 기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만 적용되고 있다. 분상제 지역은 택지비·건축비 상한이 있어 통상 주변 시세보다 30% 낮게 분양가가 책정된다. 하지만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은 시행사, 즉 재건축·재개발조합이 건설사와 협의해 정한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심사를 거친다.
문제는 올해부터 2~3년간 서울 주택 공급이 주는 데다, 신축·고급화 선호 추세 등을 반영해 비강남권에서 분양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세라는 점이다. 올해 2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238만원(HUG 자료)으로, 2년 전(3787만원)보다 39% 급등했다. 전용 84㎡ 분양가가 2년 전에는 12억~13억원대였지만 지금은 17억~18억원이 기본값이 됐다.
이로 인해 실수요자에게 청약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대출 규제로 청약이 힘들어졌는데 비강남권조차 접근이 쉽지 않아졌다. 21억원대인 라클라체자이드파인 전용 59㎡를 분양받으려면 최대 주택담보대출액인 4억원을 제외하면 2028년 입주 때 17억원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에 정치권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국민주택채권 매입(입찰)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을 추진했다. 주택채권입찰제는 1983년 5월 청약 과열과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시세차익 독점 논란으로 처음 도입됐다.
1998년 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며 채권입찰제 제도가 폐지됐다. 2006년 판교신도시 분양가와 채권 손실액을 합한 금액이 시세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하자 정부가 다시 채권입찰제를 꺼냈고 주택경기 침체 시기인 2013년 폐지했다.
최근 안태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민영아파트 청약자를 대상으로 채권입찰제를 적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면 시세차익 일부를 공공이 환수해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청약자는 이자율이 연 1%대인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채권입찰제 도입 시 로또분양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본다. 다만, 청약통장의 매력이 사라지면서 이탈자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채권입찰제가 로또 청약을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시세차익을 정부가 환수한다는 논란이 예상된다”며 “궁극적으로 분상제 지역을 확대하고 현금부자만이 청약에 참여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