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에 대출 규제 강화 겹치며
15억 이하 노후단지에 수요 몰려
향후 4년간 서울 입주물량 절반 뚝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구축 아파트 거래 비중이 신축을 크게 웃도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노후 단지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4월13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준공 30년 초과 아파트 비중은 26.3%로 집계됐다. 이는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거래 비중(6.2%)의 4.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몇 년간 뚜렷해졌다. 2022년에는 신축 비중(19.0%)이 노후 단지(14.5%)보다 높았지만, 2023년 들어 신축 16.2%, 노후 18.4%로 역전됐다. 이후 노후 단지 비중은 2024년 19.7%, 2025년 22.2%로 확대된 반면 신축은 12.6%, 10.2%로 줄며 격차가 커졌다.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세도 구축이 더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기준 최근 한 달간 서울 20년 초과 아파트 가격은 0.56% 올라 5년 이하 아파트(0.14%)과 10년 이하 아파트(0.13%)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 누적 상승률도 구축이 2.63%로 신축(1.56%), 준신축(1.48%)보다 높았다.
가격 부담 차이도 수요 이동을 부추겼다. 올해 거래된 20년 초과 아파트 평균 가격은 10억1265만원으로 신축(12억3019만원)보다 2억원 이상 낮았다. 특히 구축 거래의 85.9%가 15억원 이하 구간에 집중돼 신축(74.9%)보다 비중이 높았다. 이 구간에서는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자금 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만큼, 수요가 해당 가격대에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공급 부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2029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연평균 1만4253가구로, 직전 4년 평균(3만2494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신축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재건축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구축 선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고분양가와 대출 한도를 고려하면 실수요자에게는 구축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며 “공사비 상승과 공급 부족까지 맞물리면서 노후 단지를 대안으로 보는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