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공사비 1천만원 뉴노멀
나프타 대란에 자재비 오르자
3.3㎡당 584만원→959만원 변경
대조1·등촌1 이어 줄인상 예고
도로포장 아스콘도 공급난 심화
조달청, 지자체에 "공사 미뤄라"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022년)과 인건비 상승, 이란 전쟁(2026년) 등이 연이어 겹치며 국내 건설현장을 무섭게 흔들고 있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선 공사비가 치솟아 3.3㎡(1평)당 '평균 1000만원 시대'가 보편화되고 있다. 도로·철도 등 공공공사도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도로 포장 등에 쓰이는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공급난이 심해지면서 조달청은 서울시, 경기도 등 전국 17개 광역 시도청에 아스콘 활용 공사 일정을 조정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송파구 마천4 주택재개발 사업 조합에 도급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현대건설은 사업시행계획 변경에 따라 공사비를 기존 3.3㎡당 584만원에서 959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3.3㎡당 공사비가 375만원(64.2%) 증가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단지 고급화를 위한 설계 변경 등 이유로 비용이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건설업계에선 이란 전쟁으로 인한 건설자재 가격 상승 위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천4구역 재개발은 마천동 일대를 최고 33층, 1254가구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앞서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과 등촌1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조합 등에도 공문을 보내 설계 변경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면서 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공기 지연 가능성을 통보했다.
최근 지속되는 물가 상승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국내 건설현장의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가·환율 상승과 운송비 증가, 나프타 수급 불안 등이 겹치면서 주요 자재 가격이 오르자 공사비 역시 상승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후 주요 건설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단열재와 방수재, 페인트 가격이 한 달 새 20% 이상 상승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한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잠정)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4월 말이 되면 자재가 아예 끊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판과 벽지, 창호 등에 쓰이는 석유화학 수지는 업체별로 한 달~한 달 반 정도 물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4월 중순 이후에도 전쟁이 계속돼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지면 원료가 없어 생산시설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최근 아스콘 주원료인 아스팔트 확보가 어려워지자 일부 업체는 아스콘 공급 축소 또는 납품 지연을 검토 중이다. 조달청은 최근 지자체 등에 공문을 보내 긴급성이 낮은 공사의 착공 시기를 늦추거나 일시 중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동 정세가 갈수록 악화되자 정부도 건설 자재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날 '중동 전쟁 기업 애로 해소 지원센터'를 '건설현장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로 확대·개편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TF 단장은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이 맡는다.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 등 5개 협회로 구성된 상시 신고센터를 통해 건설현장의 긴급한 애로사항을 접수한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