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상환 목적 급매물 출회 가능성
단기 가격 하락 불가피
아파트 전세 매물도 감소
전세→월세 전화 가속화
정부가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면서 시장에 다주택 매물이 나오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주택·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파악한 다주택자 아파트 만기 일시상환 규모는 약 4조1000억원(1만7000건) 규모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도래분 약 2조7000억원(1만2000건)부터 대출 상환을 위해 처분에 나설 수 있다. 이번 대책은 2주간의 유예기간을 지나 오는 17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시장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금 유동성이 낮은 차주들이 대출 상환을 위해 주택을 처분하면서 단기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실제 지난 1월 23일 5만6219건(아실 자료)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1일 기준 7만7772건으로 38.3%(2만1553건) 늘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오는 5월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맞물려 현금 유동성이 낮은 차주를 중심으로 단기 매물 출회가 늘어나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도 “고금리 상황에서 원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는 급매물이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순차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고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지켜보려던 다주택자들까지 매각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값 조정이 서울 외곽과 수도권 중저가 단지에 더 크게 나타날지, 강남권 상급지에 집중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지난해 고강도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강남권 위주로 위축된 모습이다. 이에 비해 대출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15억원 미만’ 중저가 단지가 많은 서울 외곽 지역은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양지영 위원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 외곽과 준 상급지 지역에서 가격 조정 압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강남3구와 용산 등 핵심지는 자산가 중심의 거래가 유지돼 양극화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반면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우회 대출이 차단되면서 초고가 시장과 강남권 상급지 위주로 당분간 가격 조정이 예상되며, 규제로 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정책 대출 활용도가 높은 15억원 이하 지역은 매물 출회가 적고 실수요 유입이 꾸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대차 시장의 변화도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주택자가 전세로 공급하던 집을 회수하면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조치는 아파트 전세 매물 축소와 월세화를 부를 수 있어 임대차 시장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연립·다세대 등이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장기적인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남혁우 연구원도 “향후 전세대출에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확대 적용될 경우, 전세 수요가 반강제적으로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월세화’를 가속화해 서민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