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월세 비중 68.3% 돌파
5년 연속 역대 최고치 경신
전세사기·보유세 부담 영향
전세는 7년 만에 최저치로
눌러앉는 전세 갱신계약 급증
탈서울 경기로 이사도 늘어
전국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월세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세 사기 리스크와 대출 규제 여파에 더해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공급 물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임대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월세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년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계 기준 전국 임대차 시장 내 월세 비중은 68.3%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47.1%, 2023년 52.4%, 2024년 57.5%, 2025년 61.4%에 이어 5년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특히 지난달 서울 월세 비중은 70.3%에 달했다. 서울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79.7%까지 치솟았으며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 역시 151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9% 상승했다.
우선 전세 거래가 감소한 점이 이 같은 비중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2월 전국 전세 거래량은 7만6308건으로 전월 대비 9.3%, 전년 동월 대비 26.0% 줄었다. 최근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33.1%나 급감했다. 특히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9152건으로 2019년 4월 8920건 이후 약 7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전세 매물 잠김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기업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 매물은 1만6788건이다. 지난 1월 1일 2만3060건과 비교하면 27.2% 감소한 수치다. 전국 17개 시도 지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에서 전세가 가장 크게 줄어든 자치구는 노원구로 전세 물량이 65.8% 줄었다. 이어 금천구(-64.1%), 중랑구(-60.9%), 구로구(-60.2%) 등에서 전세가 감소했다.
전세 감소 흐름 속에서 월세 거래는 17만7115건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1.1%, 5년 평균 대비로는 29.6% 증가해 대조적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월세 비중이 치솟는 근본적 원인은 수급 불균형과 조세 전가 현상에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며 실거주 의무가 강화돼 전세 물건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집주인이 직접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 늘면서 시장에 나올 전세 매물이 잠긴 것이다.
여기에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도 월세화를 부추기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대학원 교수는 “보유세가 올라가면 집주인들은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하는 것만으로는 늘어난 세금 부담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 확보를 위해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 시장의 변화도 전세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은행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예·적금 및 금융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고 교수는 “대출 규제가 강한 상황이라 금리 상승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월세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 전세 계약이 어려워진 세입자들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신규 계약이 어려워지자 기존 계약을 이어가는 갱신 계약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 정보 앱 집품이 국토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이달 30일까지 서울 전월세 거래 5만4446건 중 갱신 계약은 2만6117건으로 전체의 48.0%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9.4%에서 크게 늘었다. 특히 강남 3구(53.3%)와 마용성(51.1%) 지역은 갱신 계약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임대차 시장 불안은 결국 서울 거주자들의 ‘탈서울’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거래 1만3934건 중 15.3%인 2137건이 서울 거주자의 매입이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13.3%에서 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하남(39.0%), 광명(38.2%), 구리(26.6%), 의정부(26.5%) 등 서울 인접 지역에서 서울 거주자의 유입이 특히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