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품귀' 산업계 직격
업계 "나프타 재고 2~3주분"
페인트社 최고 55% 인상 통보
자재업계 4월중순 셧다운 공포
동네약국 롤지·시럽용기 사재기
이마트, 종량제봉투 구매 제한나프타 공급 부족에 따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준공을 앞둔 건설 현장이다.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의 '나비효과'가 아파트 입주를 손꼽아 기다려온 한국 국민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셈이다. 건설 자재 가운데 상당수는 나프타를 이용한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쓴다. 특히 마감에 이 같은 자재가 투입되는 공정 특성상 공급 단가가 뛰고 물량 출하마저 제한되면 아파트 입주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대표적 마감재인 페인트는 이미 제품가격 상승이 현실화됐다. 주요 페인트 제조사는 지난주부터 대리점 등에 가격 인상을 통보한 상태다.
삼화페인트는 지난 23일 용제류 핵심 제품인 시너 가격을 최소 40% 인상한다고 밝혔다. 제품에 따라서는 인상률이 55%에 달하는 품목도 있다. 노루페인트 역시 같은 날 20~55%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건설자재 업계에서는 '데드라인'을 4월 중순으로 잡고 있다. 장판과 벽지, 창호 등에 쓰이는 석유화학 수지는 업체별로 한 달~한 달 반 정도 물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4월 중순 이후에도 전쟁이 계속돼 나프타 수급이 안 되면 원료가 없어 생산시설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대체 수입을 검토하지만 중국도 자국 회사 위주로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며 "평상시의 2배 가격을 줘도 물량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 카페에서는 업체 관계자들이 '자재 값 인상 통보가 하나둘씩 오고 있다' '도배 가격은 4월 중순부터 인상된다고 하고, 평소 작업하던 세면대도 재고가 없다는 통보가 왔다'는 글을 공유하고 있다.
건설 자재 생산뿐 아니라 유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건설 자재를 운반하는 데 필요한 보호필름(포장재) 가격이 당장 다음달부터 오른다. 일부 보호필름 업체는 다음달부터 납품 단가를 20% 인상한다고 고객사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인상보다 업계가 더 우려하는 것은 공급 자체가 끊길 리스크다. 충북의 한 자재 업체 대표는 "최악의 상황에선 포장 없이 자재를 납품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포장재 대란'은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일부 약국에서는 포장재 사재기가 나타났다. 조제약 포장지(롤지)와 영유아들이 먹는 시럽약 소분 용기 등도 나프타가 주원료다. 약국 소모품 생산·유통업체들은 이미 수량 제한 조치에 돌입했다.
제약사들도 대비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의약품 포장 자재를 2~3개월 치 확보했고, 동아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도 사전 발주 등을 통해 원료 확보에 나섰다. 유통업계에선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동날 수 있다는 우려에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 일부 점포에서는 갑작스러운 종량제 봉투 수요 증가로 인한 재고 부족으로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비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포장재 수급 차질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 국내 나프타 재고가 2~3주 분량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나프타 수출 통제에 나서고 관련 품목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를 시행했지만 재고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재영 기자 / 양세호 기자 / 고재원 기자 / 박윤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