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은평 대조1 조합에 "공기 지연 우려" 공문
본드·천장재 등 품귀…중동發 위기에 건설업계 비상
미국·이란 전쟁에 따라 원유를 시작점으로 삼는 각종 제품의 생산이 연쇄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건설 현장에까지 피해가 닥쳤다. 가장 큰 원인은 나프타 수급 불안이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플라스틱과 비닐, 나일론, 폴리에스터, 타이어 등의 원료 물질이다.
아파트 단열재와 방수재, 페인트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품귀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유 가격 급등과 수요 절벽이 겹친 레미콘 업계는 고사 위기에 처하면서 건설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준공을 앞두고 마감 공사를 진행 중인 건설 현장에선 일부 품목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입주 지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최근 조합에 공사비 상승과 공사기한 지연이 우려된다는 내용으로 공문을 발송했다. 올해 10월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2451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현대건설은 "자재 협력사에서 유가·환율 동반 상승, 운송비 증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나프타 수급 불안 등을 반영해 4월부터 주요 자재 가격을 일제히 10~40% 인상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고 안내했다. 가격 인상이 예정된 자재는 페인트, 폴리염화비닐(PVC), 단열재, 방수재, 도배지, 아크릴, 시트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도장용 시너와 마루용 본드, 욕실 천장재 등 일부 자재는 공급 문제 때문에 현장 반입도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준공을 앞둔 정비사업지 조합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위험 요인을 안내한 것"이라며 "자재 반입만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추가 비용을 부담해 공사를 수행할 수 있지만 수급 불안정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공사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조1구역뿐 아니라 국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선 대부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비 중에서 자재비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건설업 제조비용은 모두 약 432조9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재료비는 31.2%인 134조9000억원 수준이다. 자재별 비중은 건축용 금속 제품이 11.7%로 가장 높고 레미콘 10.5%, 철근·봉강 6.4% 등이 뒤를 잇는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나 공급망 충격 등 외부 변수가 발생했을 때 건설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분석하긴 어렵다"면서도 "자재 원가가 복합적으로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공사비 상승 압력은 매우 크다"고 전했다.
[박재영 기자 /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