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에
‘도시형 캠퍼스’ 생기나
일본 최초 고층빌딩 내
초등학교 사례 살펴보니
국토교통부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물량을 1만 가구로 확대하기 위해 빌딩 내 초등학교를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기존 계획(6000가구)보다 4000가구 늘리려다 보니 학교 신설이 필수가 됐는데, 주변에 마땅한 땅을 찾기 어렵다 보니 ‘빌딩 내 학교’가 대안으로 떠오른 겁니다.
‘빌딩 안에 초등학교가 웬말이냐’는 반응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저출생에 따른 학령 인구 감소, 도심 공동화 등으로 문을 닫을 뻔하다가 고층 오피스 빌딩에 둥지를 틀면서 재학생이 늘어 ‘인기 학교’로 등극한 사례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일본 도쿄 조토 초등학교. 1962년 개교해 ‘뼈대 있는’ 공립학교인데, 2008년 전교생 50명으로 감소하며 존속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다 2022년 9월 최고 45층 (250m) 복합 빌딩인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 둥지를 틀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 는 도쿄역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입니다. 도쿄역과 바로 연결되고, 지하1~3층엔 상업시설이, 지하 2층엔 일본 최대 고속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7층~38층까지는 오피스, 40~45층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가 운영하는 ‘불가리 호텔 도쿄’가 영업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1~4층 저층부에 조토 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면적 7690㎡ 규모. 1층은 교문이고, 2층은 체육관, 3층엔 교실과 실내 수영장, 4층엔 교실과 운동장, 도서실, 음악 등이 배치됐습니다.
최신 학습 환경에 ‘기업’·지역 연계 교육 인기…학생 수 40% 증가
빌딩으로 옮기면서 학습 환경이 최신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운동장은 개폐식 지붕을 달아 날씨 등 외부 여건에 따라 여닫을 수 있고, 실내 수영장은 수심 조절이 가능합니다. 운동장, 체육관, 음악실 등의 바닥과 벽, 천장을 이중으로 설계해 소음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이라는 입지가 교육 자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학교는 이과 특화 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됐고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수학, 생활과학 등 다양한 탐구형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 빌딩에 입주해 있는 다이킨공업 직원이 학생들에게 에어컨이 어떻게 공기를 냉각시키는지 등에 대한 과학 수업을 해주는 식입니다. 도쿄역 앞인 데다 위층에 기업들이 잔뜩 입주해 있어 일반 초등학교보다 기업을 접하기 훨씬 수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신 오피스·상업시설과 동선을 철저히 분리하고, 보안 카메라 등 안전 설비도 갖췄다고 합니다.
그 결과 전교생 수는 2022년 170명에서 작년 240여명으로 70명(41.2%) 늘었습니다. 입학 신청자가 정원 수를 초과해 추첨할 정도라고 합니다.
지역 거점의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할 땐 피난소 역할을 맡게 됩니다. 또 2024년 8월부턴 지역사회에 열린 학교가 되겠다며 평일 저녁·주말 등 학교 수업이 없는 시간대에 운동장 등 학교 시설 지역 주민에 전면 개방하는 ‘스쿨 쉐어(school share)’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단 오르락내리락…공간 제약은 여전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학생들이 수시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학교 시설 배치도를 보면 저학년 교실이 3~4층에 배치돼 있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계단을 이용해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합니다.
또 지상에 넓은 운동장이 없다는 점이 여전히 아쉽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2층에 체육관, 4층에 운동장이 있지만 아이들이 쉬는 시간 마다 자유롭게 뛰어놀기엔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선 학교가 독립된 교육 공간이 아니라, 대형 복합시설 안에 들어가 있다는 점에 대해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위법과 충돌 우려…‘조례’로 가능할까
사실 국토부뿐 아니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모두 도시형 캠퍼스에 관심이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분교형 캠퍼스’ 형태로 시범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도 주택 물량 6000가구가 최선이지만, 학교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로 8000가구 까지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도시형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국토부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도시형 캠퍼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활용해 도시형 캠퍼스 신설의 길을 열어보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특별법에는 이 법이 다른 법에 우선하고, 도시형 캠퍼스 설립·신설 기준을 조례에 위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즉 다른 법을 일일이 손보지 않고 서울시교육청 조례 정비로 신속하게 도시형 캠퍼스를 신설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교육당국과 서울시 안팎에서는 “법 체계상 가능하냐”는 의문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고밀 복합개발이 이뤄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선 충분한 일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 이를 조례로 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됩니다.
주변 용도도 따져봐야 합니다. 학교 주변에는 유흥시설 등 교육 환경을 해칠 수 있는 시설이 제한됩니다. 빌딩 안이라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처럼 업무·상업시설 등이 있는 지역에 학교가 자리잡아도 되느냐는 겁니다. 이런 문제들은 교육환경법(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과 충돌할 우려가 있습니다.
빌딩 안에 학교를 넣는 이른바 ‘입체 학교’에 대한 현행법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조례로 밀어붙일 경우 더 큰 혼선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