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국제업무지구 주택
6천가구서 1만가구로 확대
학교용지 부족문제 떠오르자
‘도시형 캠퍼스’ 대안으로 검토
녹지 줄여 임대비율 10%P↑
일각선 ‘베드타운’ 전락 우려
국토교통부가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물량을 1만가구로 확대하기 위해 빌딩 내 학교를 넣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 공급 확대와 관련해 핵심 쟁점인 학교 신설 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일조권 확보와 법적 근거 마련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토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학교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빌딩 안에 학교를 짓는 이른바 ‘도시형 캠퍼스’가 검토되고 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강동구 고덕강일3지구와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에 분교형 캠퍼스 신설을 추진했지만 현재 개교한 곳은 없다. 게다가 용산국제업무지구처럼 빌딩 안에 초등학교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처음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용산구 옛 철도정비창 용지(약 46만㎡)를 업무·주거·상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도시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당초 서울시는 6000가구를 공급하기로 계획했지만, 국토부가 1만가구로 확대하면서 초등학교 신설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당초 6000가구 수준일 때는 인근 남정초등학교에서 학생 300여 명을 수용하는 것으로 협의가 됐으나, 1만가구로 늘어날 경우 수용해야 하는 학생 수가 500명까지 불어난다. 서울시교육청은 거리와 수용 인원 한계를 이유로 학교 신설 없이는 주택 공급 확대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는 일본 도쿄역 앞 최고 45층 복합시설인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에 입주한 초등학교 사례 등을 참고하고 있다. 지하엔 상업시설과 고속버스터미널, 지상엔 업무 오피스와 5성급 호텔 등이 들어섰는데 지상 1~4층에 ‘조토 초등학교’가 2022년 둥지를 틀었다. 최신 정보기술(IT) 교육 환경에 이과 특화 교육까지 더해져 입학 대기자가 줄을 설 정도로 인기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시행에 들어간 도시형 캠퍼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활용해 서울시교육청 조례로 도시형 캠퍼스 설립·운영 등에 필요한 세부 기준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안팎에선 “일조권과 유흥시설 등 주변 용도 제한과 관련된 현행법과 충돌할 우려가 있고, 건축물 내에 학교가 들어가는 형태를 수용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조례가 이런 상위법을 넘어서기엔 법리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변에 학교 용지를 매입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용산 도시재생 혁신지구와 성촌공원 용지 일부를 매입하거나 이촌1정비구역 등 인근 정비사업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대안들 역시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 용산 도시재생 혁신지구는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인 데다 유수지·공영차고지가 인접해 있다. 성촌공원 역시 서울시가 재해 방지용 유수지로 계획한 곳이라 학교 건립 시 안전 논란이 일 수 있다.
또 다른 쟁점은 공원·녹지 면적이 축소된다는 점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정부의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계획에 따르면 현재 계획된 개발계획을 유지하면서 1만가구의 공급 물량을 맞추려면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 35%까지 높이는 조건으로 공원·녹지 의무 면적을 줄여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1인당 6㎡인 공원 면적 기준을 유지하면서 1만가구를 공급하려면 11만700㎡의 녹지가 필요하다. 현재 계획된 공원·녹지 면적(8만6804㎡)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기존 25%에서 35%로 10%포인트 상향하면 공원 면적 기준을 30%(1인당 4.2㎡) 감면받을 수 있다. 이 경우 7만7490㎡의 공원·녹지 면적만 확보하면 된다.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는 대신 삶의 질이나 도시의 품격과 직결되는 녹지 공간이 쪼그라드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내에 9000가구를 공급하고, 나머지 1000가구는 인근 철도용지(국유지)에 별도로 공급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앞서 서울시가 6000가구로 계획한 방안에서는 임대주택 비중이 25%였다.
권영세 의원은 “공원과 녹지를 줄여가며 주택 물량을 억지로 늘리는 것은 글로벌 헤드쿼터 유치를 통해 서울의 경쟁력을 견인하려는 국제업무지구의 본래 목표에 반하는 것”이라며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핵심 거점을 거대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키는 근시안적 행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