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해제된 389곳 중
163곳이 정비사업 재추진
층수규제 폐지·용적률 완화
市, 사업성 끌어올려 개발 탄력
상도15·중화2구역 등 기대 쑥1960년대부터 지어진 3~4층 노후 주택이 밀집한 서울 동작구 상도15구역. 성인 두 명이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좁은 골목길을 품은 이곳은 2014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이후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됐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022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를 벗고 최고 35층 3204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로 거듭난다. 오는 5월 통합심의를 거쳐 시공사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과거 정비구역에서 해제돼 방치됐던 서울 내 노후 주거지들의 사업이 본궤도에 속속 오르고 있다. 시가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한 덕분이다. 규제·관리에서 '사업 지원'으로 정비사업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정비사업 정상화로 되살아난 사업지가 총 163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여러 이유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던 총 389곳 중 절반가량이 재추진 기회를 얻은 셈이다. 사업 재개로 확보된 공급 물량은 총 12만8550가구에 달한다. 서울 기준 연간 적정 아파트 입주 물량(약 4만5000가구)의 2.8배에 달하는 규모다.
권역별로 노후 저층 주거지와 준공업지역이 밀집한 동북권(60곳)과 서남권(56곳)에 정비사업 구역 재지정이 집중됐다. 서북권에선 30곳이 되살아났고, 동남권에서도 7곳이 다시 기회를 얻었다.
사업 유형별로는 대단지 아파트와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이 가능한 재개발로 재기한 사업지가 74곳으로 가장 많다. 노후 주거지 여러 곳을 묶어 아파트처럼 개발하는 모아타운으로 전환된 곳도 56곳에 달한다. 이외에도 역세권장기전세주택(7곳), 지역주택조합(7곳), 소규모 재건축(2곳) 등이 확정돼 사업이 다시 굴러가고 있다.
멈췄던 정비사업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한 배경에는 시의 규제 완화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신속통합기획이다. 시와 자치구, 주민이 한 팀이 돼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통합심의처럼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사업 기간을 최대 6년5개월 단축했다. 35층 층수 규제 폐지와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 용적률 혜택을 주는 '사업성 보정계수'는 사업 동력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재정비촉진지구에 법적 상한 용적률을 1.2배까지 끌어올리고 공공기여와 비주거 의무 비율까지 완화한 전례 없는 규제 완화 조치도 주효했다.
이진호 상도15구역 주민 대표는 "초기 용역 단계에선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구조였는데 시가 도로의 상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입체적 결정 도로를 도입하는 등 규제 완화로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났다"며 "어떻게든 사업성을 높여주려는 시의 의지를 느꼈고, 구역 지정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자 주민들의 단합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성북구 장위15구역도 극적으로 부활했다. 2018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지만 2024년 일부 지역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되면서 용적률이 기존 236%에서 280% 이하로 높아졌다. 이에 당초 2464가구였던 물량이 3300여 가구로 늘어나 사업성이 좋아졌으며, 지난해 12월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들어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날 잠재력을 갖췄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선별 수주했다"고 말했다.
중랑구 중화동 일대 옛 중화2 재정비촉진구역은 2003년 중화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2014년 구역 해제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2023년 모아타운으로 선정되면서 2801가구 규모 대단지로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작년 말 DL건설과 계룡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데 이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질적 공급'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임대주택 공급 등 공공성에 치중하기보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기반시설을 확충해 사업 만족도와 속도를 높이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강조했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