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본사 석달새 96곳 급감
경기둔화 여파 비용절감 올인
강남 675곳 이탈, 579곳 유입
신축 공급많은 서울 외곽 부상
뷰티·패션 기업은 성수동으로
스타트업은 강남으로 몰려
VC 많아 투자 유치에 유리기업들이 전통적 업무지구인 서울 강남권역(GBD)을 빠져나가 성동 등 신흥 업무지구나 강동·강서 등 서울 외곽지역에 자리 잡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자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대체지에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15일 알스퀘어애널리틱스를 통해 분석한 최근 3개월(2025년 11월~2026년 1월) 동안 서울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의 본사 이동 추이에 따르면 이 기간 강남구에 있던 기업 675개가 강남구 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남구에 둥지를 튼 기업은 579개였다. 석 달간 강남구에서 기업 본사가 96개 줄어든 셈이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줄어든 수치다. 이어 서초구에서 341개 기업이 신규 유입되고, 398개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기업 본사가 총 57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도심권역(CBD)으로 분류되는 중구(48개)와 종로구(9개), 여의도권역(YBD)이 있는 영등포구(26개)에서도 기업 유입보다 유출이 더 많아 기업 수가 줄어들었다.
3개월간 기업 본사가 늘어난 지역은 7곳이다. 강동구(28개), 강서구(20개), 성동구(15개), 금천구(13개), 도봉구(11개), 성북구(8개), 양천구(5개) 순으로 증가했다. 신흥 업무지구인 성수로 뜨고 있는 성동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 외곽에 있다. 강남의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고덕, 마곡 등에 신축 업무단지가 대규모로 공급되면서 이동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서울 GBD 오피스의 3.3㎡(평)당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1만2649원으로 2년 전 동기(10만1223원)보다 11.3% 올랐다. 같은 기간 CBD는 9%(10만6195원→11만5701원), YBD는 13.7%(8만9201원→10만1439원) 올랐다. 반면 서울 외곽 오피스는 같은 기간 임대료가 6만4296원에서 6만9927원으로 8.7% 오르며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와 상승 추이를 보였다.
서울 외곽 신축 업무단지의 공실도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서울 외곽 오피스의 공실률(신축 포함)은 2023년 4분기 2.1%에서 지난해 1분기 대규모 공급으로 15.3%까지 올랐다. 하지만 DL그룹(마곡 원그로브), 이랜드그룹(마곡 글로벌 R&D센터), 한싹(고덕비즈밸리)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이들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하며 공실률은 다시 지난해 4분기 11.5%로 떨어졌다. 반면 GBD 오피스의 공실률은 2023년 4분기 2.07%에서 지난해 4분기 4.79%로 꾸준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석 달간 강서구로 가장 많이 이전한 지역도 강남(23개)이었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가려는 것"이라며 "마곡 등 서울 외곽은 입지가 다른 권역에 비해 떨어지긴 하지만 그런 부분도 고려해 이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 본사 유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여전히 강남구였다. 강남구(579개)는 3위인 영등포구(204개)와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NH벤처투자는 지난해 12월 여의도를 떠나 테헤란로로 본사를 이전했고, 이외에도 이곳으로 이전한 기업 중 99%(575개)가 중소기업이다.
강남에 대다수 벤처기업이 자리 잡았고 창업지원센터와 벤처캐피털도 몰려 있어 투자 유치 등에서 유리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성동구에서는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자리 잡은 성수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패션, 뷰티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굵직한 기업들의 사옥 이전이나 확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성수로의 이전은 서울 외곽지역과 달리 임대료보다 입지를 고려한 전략적인 경우가 많다. 상권 성장으로 생긴 트렌디한 이미지를 활용해 젊은 층의 선호도를 높이고 인재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