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임박
하락장선 가격 방어력에 초점
그물 넓게 치고 발품 팔아야
무주택자 실거주 의무 유예
세 낀 매물 갭투자 가능하나
전세퇴거자금대출 1억 제한
세입자 계약종료일 잘 따져야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기한인 5월 9일이 다가오면서 세금을 피하려는 다주택자 급매 매물이 강남권 등 핵심지에서 쏟아지고 있다. 실거주 수요자에겐 조정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다. 한시적으로는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수)도 가능해졌다. 정부 보완 방안에 따라 무주택자가 세입자를 낀 다주택자 매물을 매수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가 유예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6638건으로 2월 초(5만6984건)보다 34.4%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주부터 3월 둘째주까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아파트값은 3주 연속 하락했다.
다량의 급매 매물이 출회하고 있지만 매수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추가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 적기를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한이 정해진 이번 급매장에서는 일반 시장과 다른 매수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특정 단지만 바라보면서 급매물을 기다리면 원하는 물건이 아예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두 달 남짓 문을 연 이번 급매장에선 그물을 치듯 대상을 넓히고 발품을 팔아야 합리적인 가격에 매물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하락장에선 가격 방어력이 높은 대장주·대단지를 매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발품도 중요하다. 관심 지역 중개업소를 방문해 네트워크를 만들어두고 원하는 가격대를 미리 제시해 매물이 나오면 먼저 연락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좋다.
적정 가격을 정해놓고 급매장에 참여해야 매수 과정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양 전문위원은 "지난해 말 최고가를 경신한 단지의 경우 신고가 이전에 형성된 시세를 참고해 매수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되기 직전인 4월에 나올 '초급매'를 눈여겨보라는 조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 강남권 곳곳에 '급매' 딱지가 붙은 매물이 등장했는데, 4월이 되면 그 앞에 '초'자가 하나 더 달릴 것"이라며 "매수 희망자라면 자신만의 기준 금액을 정해놓고 계속 시장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선 4월 초순까지 결정을 마칠 것을 전문가들은 추천했다. 가계약을 맺은 뒤 구청 등에서 토지거래허가를 받고, 정식 계약을 체결한 다음 계약금을 지급하는 절차가 5월 9일까지 완료돼야 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계약이 평소보다 몰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물 탐색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이다. 각종 규제가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매수자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실거주 의무다. 기존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취득 시 실거주 의무가 부과됐지만, 매도인이 다주택자이고 매수인이 무주택자인 경우에는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의무가 유예된다. 다만 늦어도 2028년 2월 11일(발표일 이후 2년 내)까지는 실거주를 위해 입주해야 한다. 따라서 세입자의 계약 종료일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남은 임대차 계약 기간만큼 갭투자가 가능해진 것이지만 자금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먼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 상태(세입자 거주 중)에서는 원칙적으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있다.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액만큼은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 기존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실입주 시점에서는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현재 전세퇴거자금대출(퇴거대출) 한도는 1억원까지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7억원에 세입자가 거주 중인 아파트를 15억원에 매수했다면, 먼저 차액인 8억원을 대출 없이 잔금까지 치러야 한다. 이후 세입자가 나가는 시점에 퇴거대출 1억원을 제외한 현금 6억원이 있어야 한다.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