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 대치 에델루이 사업비
현대건설, 조합에 상환 요구
상가시설 팔아 갚으려했지만
매각 지지부진에 갈등만 커져
건설사가 요구한 분담금 인상
조합원 거부하자 PF회수 통보입주 후에도 공사비를 받지 못한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구마을 제3지구 재건축 조합(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제공하던 17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를 끝내고 채권 회수 절차에 착수했다. 채권의 연체 이자 상환에 대해 강하게 독촉한 만큼 조합원의 분담금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더 큰 문제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유가 상승과 함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으로 공사비 상승 폭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9일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조합에 1700억원 규모 PF 대출을 중단하고, 이틀 뒤엔 개별 조합원들에게 본격적인 채권 회수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사실상 채권 추심이나 가압류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독촉인 셈이다. 이에 따라 아직 입주하지 못한 일부 가구는 키를 받지 못하게 됐다. 조합이 착공 때 받은 PF 대출의 만기 연장에 실패해 현대건설이 채권을 떠안았는데, 일부 조합원의 반발로 만기 연장을 위한 총회 안건이 잇달아 부결됐기 때문이다. 조합은 2023년 근린생활시설을 운동시설로 바꿔 이를 매각해 PF 상환 자금을 준비하려 했으나, 매각 절차가 지연돼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1억7000만원 수준이었던 조합원당 분담금 규모를 11억7000만원까지 올려 조합의 책임을 높여야만 PF 대출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이 연이어 조합 총회에서 부결되며 연체 이자를 독촉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PF 대출에 대한 조합의 연체 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매겨지기 시작했다. 산술 평균으로 매월 조합원당 이자 규모만 1500만원에 이른다. 조합 내부의 합의가 미뤄질수록 조합원이 내야 할 연체 이자는 점점 불어나게 된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와 달리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솟은 건설공사비가 앞으로 더 빠르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공사 교체로 논란이 인 경기 성남시의 '상대원 2구역 재개발'과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유가 급등이 건설공사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때 건축물 건설의 생산 비용은 0.142~0.145%가량 상승한다.
최근 유가는 상승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지난 11일 전날보다 4.6% 오른 배럴당 87.25달러로 마감했다. 중동 사태 이후 지난 6일 배럴당 90달러를 넘었지만, 조기 종전 가능성으로 다시 80달러대로 떨어졌다. 다시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유가가 상승한 것이다.
건설공사비는 이미 높은 상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2026년 1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3.28로 2020년보다 33% 넘게 높아졌다. 지난 10일 시행한 노란봉투법이 공사비를 더 가파르게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청할 수 있게 된 만큼, 각종 교섭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사업 속도가 늦어지면 금융 비용을 포함한 공사비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