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청소부터 병원 연계까지
호텔업계 시니어 레지던스 박차
고비용에도 호텔식 서비스 인기
“관리비까지 합치면 월 220만원 가량 들지만 혼자 계신 아버지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어 훨씬 마음이 편해요.”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아버지를 도심의 한 ‘시니어 레지던스’에 모셨다. 보증금 수억원에 월 생활비만 200만원이 넘지만, 식사와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병원 연계도 되는 호텔식 서비스 덕분에 가족들의 만족도는 높다.
최근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단순 요양시설이 아니라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주거와 의료, 생활 서비스를 결합한 주택에 관한 수요다. 이에 주요 호텔들도 새 먹거리로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을 낙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시니어들의 눈높이를 더욱 높인다.
1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최근 전문 자회사로 롯데호텔HM을 설립했다. 이때 HM은 호스피탈리티 매니지먼트(Hospitality Management)의 줄인말로, 관광호텔의 위탁운영 및 이에 필요한 사업, 노인 주거와 의료, 여가 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사업 등을 하기 위한 자회사다.
이와 관련 롯데 측은 “롯데HM은 건물주로부터 호텔운영을 위탁받아 롯데라는 브랜드 경쟁력과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라며 “인력 운영,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축적한 노하우 등 위탁운영 경쟁력을 보여주겠단 전략의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롯데호텔이 이같은 전문 자회사를 통해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더욱 적극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호텔은 이미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VL르웨스트와 부산 기장군에 들어선 VL라우어란 시니어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있다.
두 곳 모두 고령자인 입주자들에게 침실, 거실, 욕실, 주방 등 주요 생활공간의 청소와 쓰레기 수거를 포함한 하우스키핑 서비스 제공은 물론 건강관리와 물품보관, 택배 수취 및 발송 등을 해주고 있다. 또 다양한 취미 활동을 연계해주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편안한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불편한 고령층에게 하우스키핑, 예약 대행, 맞춤 식단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에 따라 다양한 호텔 운영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시니어 레지던스에 접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르나스 호텔은 내달 입주자 모집을 시작하는 시니어 레지던스 ‘소요한남 레지던스’ 운영사로 참여한다. 오는 2029년 용산구 한남동에 들어서는 소요한남 레지던스는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레지던스인데, 파르나스 호텔이 운영을 맡았다.
파르나스 호텔은 소요한남 레지던스에 컨시어지, 웰니스 등 분야별 전문 서비스 조직을 상주시키는 한편, 5성급 호텔의 표준 운영 절차를 적용해 서비스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또 입주민 전용 레스토랑 등을 비롯해 하우스키핑, 차량 케어 등 호텔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맞춤형 서비스 또한 제공할 예정이다.
다양한 호텔식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만큼 시니어 레지던스에서의 거주 비용 부담은 만만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시설과 평형에 따라 보증금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고, 관리비와 식사비 등을 포함한 월 생활비는 200만~5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서며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를 차지했다. UN은 한 나라의 65세 이상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일 경우 초고령 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시니어 주거시설 공급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2022년 기준 전국 시니어 주택(노인복지주택)은 39곳, 8840채에 불과했다.
때문에 호텔 및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니어 레지던스를 향후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강하고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가 늘면서 단순 돌봄 중심의 요양시설이 아니라 주거·의료·문화가 결합된 프리미엄 주거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호텔신라는 지난해 3월 정관상 사업 목적에 노인 주거 운영 사업을 추가했다. 향후 다양한 사업 기회 확보를 위해서라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대명소노그룹 역시 지난해 4월 시니어 레지던스를 포함한 복합 실버 서비스 브랜드 ‘소노 웨이브’의 상표권을 출원, 향후 보다 많은 호텔들이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자산을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시니어 주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이에 호텔 수준의 서비스와 편의시설을 갖춘 레지던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