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신규계약 분석
은평·동대문·성북 가격급등
강남3구 평균 상승률 웃돌아
강북권 1년새 매물 90% 줄어
3800가구 대단지에 전세 1개
실거주 규제에 입주절벽 겹쳐서울 강북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임대 전세 물건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무주택자들의 강북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신규 계약 평균 전세금은 6억3521만원으로 전년 동기(5억8736만원)보다 8.15% 올랐다.
대체로 강북에서 전세금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자치구별 신규 전세 계약 보증금 상승률(전용 59~84㎡ 기준)은 송파구(28.9%)가 가장 높았고, 강북구(27.3%), 강동구(25.1%), 동대문구(19.9%), 금천구(17.6%), 강서구(17%), 은평구(15.9%) 등 순이었다. 강남구는 5.2%, 서초구는 12.6% 상승했는데 서울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강북구 수유동 수유벽산1차 전용 63㎡는 지난달 3억7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1년 새 1억원 오른 금액이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전용 59㎡ 전세는 작년 1월 5억6000만원에 계약됐지만 올해 1월 6억2000만원, 지난달 7억원에 각각 전세 계약서를 썼다. 지난 1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평균 보증금 증가액(1억1660만원)에 버금간다.
가장 큰 이유는 전세 매물 부족이다. 전세 시장에서 대표적인 공급원인 갭투자는 지난해 10·15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며 사실상 봉쇄됐다. 올 들어선 다주택자들이 5월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전세를 놨던 물건의 매도를 시도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569건으로 1년 전(1만7832건)보다 39.7% 감소했다. 성북구(-90.6%), 관악구(-80%), 노원구(-78.3%), 중랑구(-77.2%), 강북구(-77.1%) 등 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실제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3830가구 대단지인데도 전세 매물은 1개뿐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강남의 비싼 전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강북권이나 외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강북은 실거주 수요 기반이어서 전세가율이 높은데 전세 물량이 줄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강북 14개구 전세수급지수는 181.61로 서울 전체 평균(170.34), 강남 11개구(160.24)보다 높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나타내는 지표로 1~200 사이 숫자로 표현한다. 기준값인 100을 넘어서면 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강북 전세수급지수가 180을 넘어선 건 임대차3법 등 여파로 전세난이 심각했던 202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금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등록임대를 비롯해 다주택자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는 데다 신규 입주 주택 공급도 '보릿고개'가 지속돼서 전세 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2만7158가구로 작년(4만6719가구)의 58.1% 수준이다. 내년은 1만7197가구로 더 적다.
송 대표는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속도를 조절하고 비아파트 공급을 통해 임대 물량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