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 전월세 매물 급감
보증금 상한 5% 규제피해
전세금에 더해 월세 성격의
옵션사용료 부과 방식 성행
李대통령 "다주택자 집팔면
전월세 수요 줄어 임대안정""전세보증금 9억3000만원에 '옵션 사용료'로 월 140만원을 내는 임차인을 받겠습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를 소유한 A씨는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최근 동네 중개사들에게 보냈다. A씨가 전세로 임대한 아파트는 임대사업자 매물이라 새 임차인을 받더라도 보증금을 기존의 5% 범위에서만 올릴 수 있다. 이보다 보증금을 더 높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옵션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월세라도 따로 챙겨 받겠다는 의도다.
최근 서울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월세 매물 수가 급격하게 줄며 이 같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물이 없어지는 만큼 전월세 가격이 오르자 일부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일종의 '꼼수' 임대료를 추가로 받는 모양새다. 형식은 전세로 계약했지만, 이면 계약을 통해 임대인이 추가 월세를 받는 식의 행태가 성행하고 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이 전세 계약 갱신권을 쓰는 상황에서도 집주인이 1년 치 월세 명목으로 현금 1000만~2000만원을 추가로 달라고 하면 순순히 이 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 해도 전월세 가격이 계속 올라 집주인에게 현금을 보내는 게 경제적으로 낫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는 1만9010건으로 지난 1월 1일(2만3060건)보다 1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 수도 2만1364건에서 1만7527건으로 18% 줄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부터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면서 전월세 매물이 확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로 인해 세금 폭탄이 두려운 다주택자들이 임차했던 아파트를 매매 매물로 돌린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월 1일 대비 같은 달 23일까지 22일 동안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는 904건 감소했는데, 1월 23일 이후 22일 동안에는 2348건이나 사라졌다. 월세 매물 역시 이 대통령이 엑스를 통해 발언하기 전 22일 동안 736건 줄었는데, 이후 22일 동안에는 2357건이나 감소했다. 반면 매매 매물 수는 1월 1~23일 사이 소폭 줄었다가 이후 이달 22일까지 1만1507건이나 증가했다.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는 사이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3년 10월(85.4)부터 지난 1월(96.0)까지 떨어진 적이 없다. 2022년 1월이 기준점(100.0)인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도 올해 1월 131.8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올해부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까지 급감해 전월세 가격이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임대 제외)은 1만8462가구로 지난해(3만2445가구)보다 43% 줄었다. 2027년엔 올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1만775가구만 공급된다. 2028년에 1만1561가구로 소폭 늘었다가 2029년엔 5872가구로 입주 1만가구 선이 붕괴한다.
반면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이 본격화되면 전월세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며 "공급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전월세 공급 축소만 부각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오히려 주택 매매 시장에 매물이 증가함으로써 집값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전월세가도 안정된다는 것이 훨씬 더 논리적"이라고 했다.
옵션사용료
옵션사용료는 전월세(보증금) 계약을 맺으면서도 가전·가구·시스템에어컨 같은 '옵션'을 쓰는 대가라는 명목의 돈을 말한다.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