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공급 구조도 동시 재편할 필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990년대 일본 자산버블 붕괴와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거론하며 “문제는 가격 수준이 아니라 가격과 신용이 결합된 방식, 그리고 그 레버리지가 금융 시스템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었는가였다”라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두 사례 모두 부동산·주택 가격 변동이 담보대출과 레버리지를 통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되며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취지다.
김 실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적 신용의 질서와 주택시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실장은 주택 문제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가격이 형성되는 방식, 특히 가격과 신용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는가에 있다”면서 “오늘날의 주택시장은 단순한 재화시장이 아니라 신용을 매개로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자산시장”이라고 말했다.
일본 사례에 대해선 “부동산 담보대출의 과잉 축적이 가격 하락과 동시에 은행의 부실채권 급증으로 이어져 장기적인 신용 수축을 초래했다”면서 “가격 조정 자체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것은 담보가치 하락이 금융기관의 자본을 훼손하고 대출 여력을 구조적으로 위축시켰다는 점이었다”고 했다.
미국 금융위기에 대해선 “주택가격 상승을 전제로 확장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그 증권화 구조가 가격 하락과 함께 연쇄적 신용 경색을 유발했다”면서 “두 사례는 공통적으로 자산가격 변동이 신용 시스템을 통해 거시경제 위기로 증폭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김 실장은 “투자 목적의 레버리지가 금융 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다면, 그 위험은 사적인 영역에만 머물 수 없다”면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 구조를 재편하는 일”이라고 썼다.
그는 “자산 가격은 ‘앞으로도 동일한 조건으로 신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반영한다. 투자 목적 주택 매입에 대한 위험가중치 조정, 비거주 다주택 대출의 단계적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 만기 구조의 차등화와 같은 신호가 일관되게 축적될 경우 기대수익률은 재평가된다”면서 “레짐 전환은 세부 규정의 변화가 아니라, 투자 목적 레버리지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향성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투자 목적 레버리지를 꾸준히 줄여가겠다는 정부의 방향에 대한 신뢰를 쌓으면, 금융기관 역시 애초부터 주택의 가격을 고평가해 무리한 대출을 해 주는 일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금융 건전성 붕괴를 막아낼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는 “전환은 점진적이어야 하지만 그 방향은 선명해야 한다”며 “투기적 기대를 증폭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대출의 기준이 되는) 신용의 원칙을 명확히 할 시점”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현재 다주택자의 레버리지는 신규 주택의 유효수요 및 임대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무주택 가구의 주거 안정을 담보하지 못하고 레버리지만 축소하면 또 다른 불안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 제도 전환은) 임대 공급 구조의 재편과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레버리지를 줄이는 정책과 안정적 임대 기반을 확충하는 정책이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