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집값 88주만에 하락
李대통령, 다주택자 압박에
서울 상승폭 3주 연속 둔화
반포자이 전용 84㎡ 급매물
직전 거래가 대비 5억 하락
5월까진 집값 조정 가능성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3주 연속 둔화되고 있다. 과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1년8개월(88주)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실거주 의무 유예 등 퇴로를 열어주자, 시장이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수 대기자에게는 당장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4월까지 출회되는 급매물과 시장 흐름을 지켜본 뒤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이번 주 0.15% 올라 지난주(0.22%)보다 상승폭이 0.07%포인트 축소됐다. 1월 마지막주 0.31%를 기록한 이후 3주 연속 둔화세다. 명절 연휴 영향으로 매수 문의가 줄어든 가운데 선호도 높은 대단지를 중심으로 간헐적인 수요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강남권의 둔화가 두드러진다. 강남구는 지난주 0.02%에서 이번주 0.01%로 낮아지며 사실상 보합권에 진입했다. 서초구(0.13%→0.05%)와 송파구(0.09%→0.06%)도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최근 상승세가 가팔랐던 송파구는 매매 둔화와 함께 전세 가격이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위축 조짐을 보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급매 출회와 대출 규제 강화가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기 지역도 주요 선호 지역의 상승세가 주춤하다. 성남 분당구(0.38%→0.22%)는 상승세는 유지했지만 오름폭이 축소됐고, 용인 수지구는 0.55%로 경기 내 최고 상승률을 유지했으나 전주(0.75%) 대비로는 둔화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도 호가도 내림세로 전환됐다. 직전 거래가 대비 수억 원 낮춘 매물도 등장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5416건으로 연휴 직전(13일) 대비 2.6%(1671건) 늘었다.
강남 3구에서는 기존 거래가보다 수억 원 낮춘 급매도 확인된다. 지난달 전용 84㎡가 52억원에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자이는 47억원에 급매가 나왔다. 최대 55억원에 달하는 다른 호가 대비 8억원 낮다. 지난해 말 42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던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37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왔고, 최초 등록가(38억원)에서 3000만원을 내렸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전용 84㎡가 27억5000만원에 나왔다. 지난해 말 시세가 30억원을 돌파했던 점을 감안하면 3억원가량 낮춘 수준이다. 헬리오시티는 지난 12일 동일 평형의 실거래가가 23억8200만원에 신고되기도 했다. 이는 같은 단지 전용 49㎡의 직전 거래가(23억9000만원)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은 한때 84㎡ 분양권이 33억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현재 27억원대 매물이 다수 포진해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호가 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5월까지 조정이 진행된 뒤에는 횡보하거나 소폭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 압구정 30평대는 이미 시세 대비 5억원 수준의 조정이 이뤄졌고 당분간 조정 폭이 더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5월 이후 다주택자 매물이 잠기면 가격이 유지되거나, 하반기 공급 부족이 가시화하면 소폭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수 전략으로는 4월 '초급매' 출회를 주목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다만 거래가 몰릴 가능성을 감안해 4월 중순까지는 계약을 마칠 것을 추천하는 의견도 있다. 박 겸임교수는 "지금 강남권에 '급매'가 보이는데 4월이면 '초급매'가 나올 것"이라며 "기준 가격을 정해놓고 시장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5월 9일 이후 매물이 잠기고 전월세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마냥 여유를 부릴 환경은 아니다"며 "적어도 4월 중순까지는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특정 단지만 보며 급매를 기다리면 원하는 물건이 아예 안 나올 수 있다"며 "기간이 정해진 급매장에선 대상을 넓히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하락장에선 가격 방어력이 높은 대장주·대단지를 매수하는 게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또 '최고가 대비 20%' 같은 단순 공식에 기대기보다 단지별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양 전문위원은 "지역·단지별 편차가 커 숫자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며 "지난해 말 최고가를 경신한 단지는 최고가 이전 시세를 참고해 접근해야 한다"고 권했다.
[박재영 기자 / 홍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