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5단지 설계 빅3 수주전
ANU·삼우 ‘1.9배 실사용면적’
해안, 전세대에 전용홀·정원
희림, 파노라마뷰 스카이 브릿지
요즘 서울 정비업계에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설계 업체의 각축전이 화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대장 단지’인 목동5단지에 국내 빅3 건축 설계업체인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ANU)·삼우종합건축사무소(삼우) 컨소시엄과 희림종합건축사하무소, 해안건축이 맞붙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이런 빅매치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목동5단지는 목동 1~14개 단지 중 사업성이 가장 높습니다. 기존 용적률이 116%로 가장 낮고,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약 30평)으로 제일 많습니다. 목동5단지는 기존 1848가구를 허물고 최고 49층 3930가구로 재건축됩니다. 이들 설계 업체들은 5단지 수주를 통해 목동 재건축 설계 표준을 선점하겠다며‘최고의 설계안’을 내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시공사를 선정한 뒤 압구정·여의도·성수 등에서 유행인 세계적인 설계 업체들과의 협업할 경우 이른바 ‘대안 설계’를 채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해외 건축 설계업체는 건물의 외관 디자인에 주력하고, 막상 살아보면 중요한 내부 평면이나 생활 이동 동선 등은 국내 설계업체의 설계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사는 공통적으로
모든 세대에 야외 테라스, 프라이빗한 전용홀과 승강기, 7성급 호텔·인공지능(AI)기반의 하이엔드 커뮤니티 등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향후 10년 뒤 서울 신축 아파트의 기본 스펙이 될 모양입니다. 각사의 설계안을 분석해봤습니다.
ANU·삼우 “단지 중앙에 축구장 17배 크기 초대형 공원”…실사용면적 1.9배 ‘마법’
ANU·삼우 컨소시엄의 설계안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건 단지 중앙에 들어간 축구장 17배 크기 (약 13만㎡)의 초대형 공원입니다. 주동 개수를 과감하게 줄여 단지 가운데를 비워 녹지 평원을 구현했습니다. 아파트 동간 거리가 최대 368m에 달합니다. 모든 세대에 열린 경관이 나오도록 동들을 사선으로 배치했습니다. 쉽게 말해 아파트에서 창문을 열면 아파트 동 대신 탁 트인 녹지 공원이 펼쳐지는 셈입니다. 또 안양천과 관악산, 한강 등의 조망을 실현하는데도 신경을 썼습니다.
ANU는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비롯해 래미안 원베일리,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등 조망권이 핵심인 한강변 재건축 설계 실적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활용해 아파트 주동 높이나 동 간 거리를 최적으로 배치하는 경험도 풍부합니다. ANU는 이런 다년간의 노하우를 목동5단지 설계에 녹인 겁니다.
평형은 혁신 설계로 실사용면적을 평균 1.6배, 최대 1.9배로 키웠습니다. 전용면적 28평은 재건축을 거쳐 전용면적 35평, 실사용 면적은 68평형으로 탈바꿈합니다. 3면 발코니 확장과 오픈 테라스 신설로 구현한 건데, 중형에서 대형으로 평형이 커지는 만큼 자산 가치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상부가 열려 있어 채광이 풍부한 대규모 썬큰 광장 형태로 파리공원까지 이어지는 스트리트형 커뮤니티도 제안했습니다. 유선형의 브릿지들이 여러 층으로 연결돼 주민들이 산책하듯이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커뮤니티 시설엔 오케스트라 합주실부터 시니어 메디컬 라운지, 50m 수영장과 스파, 실내 골프연습장 등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두 메이저사의 협업도 눈길을 끕니다. ANU는 한강변 재건축 설계의 강자로 한강변 반포대교부터 동작대교 일대까지 4개 주요 단지의 설계를 모두 수행했고, 이들 단지를 하나 같이 반포 대장 아파트로 만들어냈습니다. 삼우건축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석권한 국내 1위 설계사입니다. 초고층과 하이엔드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이런 두 회사가 목동5구역 수주를 위해 의기투합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합동사무소를 개설하고 공동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설계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해안건축 “모든 세대에 단독주택 같은 전용홀·공중정원”…최대면적·최다 펜트하우스
해안건축의 최대 강점은 모든 세대에 우리 집만 쓰는 홀(5평)과 공중정원(2.5평), 승강기 2대를 배치한 특화 주동입니다. 해안건축이 약 2년에 걸쳐 개발해 지난달 특허를 받은 혁신 설계를 처음 선보인 겁니다.
현관문을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이웃집과 홀이나 복도 등의 공간을 공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세대 내에 테라스와 별도로 현관문 밖에 마당 같은 정원을 가꿀 수 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햇볕, 바람 등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안건축은 “초고급 주택인 ‘나인원 한남’ 등에서 볼 수 있는 럭셔리 프라이빗한 공간을 아파트에 확대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구당 엘리베이터 2대를 배치했는데요. 목동5단지의 키가 49층까지 높아진 만큼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가 한 대일 땐 대기 시간이 138초인데, 한 대가 더 늘어나면 37초로 약 4배 빨라집니다.
펜트하우스를 최대 면적, 최다 개수를 확보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76평과 87평으로 총 21가구를 넣었습니다. 조합원들이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고, 설령 펜트하우스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일반분양으로 돌리면 수익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야외 테라스를 넓게 배치해서 ‘단독주택’에 사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도록 설계했습니다.
해안건축은 커뮤니티 시설에서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제안했습니다. 전문 기업들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설계 단계부터 공간과 서비스를 밀착해 설계한 겁니다. 가령 로봇을 활용한 컨시어지 서비스의 경우 로보티스 AI와 손잡고 배송, 순찰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식입니다. 전 연령층에 인공지능(AI)기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멋쟁이사자처럼과, 입주자 전용 의료 비서 서비스를 위해 케이마루나 등과 각각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희림건축, ‘주동 5호 조합’ …건물 두 개를 연결한 ‘스카이 커뮤니티’
반면 희림건축의 설계안을 보면 상대적으로 개방감이 다소 낮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건 희림건축이 ‘주동 5호 조합’을 준수해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주동 5호 조합이란 한 층에 5가구 이하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에 들어간 문구입니다. 희림건축은 이 배치계획을 지키면서 주동갯수가 늘었지만, 대신 향후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또 유일하게 두 동을 공중에서 한강의 물줄기처럼 유선형으로 연결해 커뮤니티 시설을 넣는 ‘스카이 브릿지’를 제안했습니다.
다만 ‘주동 5호 조합’은 해석을 놓고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목동5단지 주민 측이 제시한 설계 지침에
‘신속통합기획 가이드라인은 합리적 제안 가능’ 하다는 문구가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ANU·삼우 컨소시엄은 이를 유연하게 해석해 창의적인 디자인을 내놓는 데 집중했습니다. ‘열린 조망’과 녹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 동의 경우 한 층에 8호 이상을 배치하더라도 주동 개수를 최소화해 단지 중앙에 넓은 공원을 조성하는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해안건축은 한 층에 7가구 이하로 배치해 단지에 개방감을 더하면서도 가이드라인과 창의적인 디자인의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주동 5호 조합에 대해 서울시는
건축심의 기준이지만 ‘금과옥조’는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목동5단지는 ‘주동 5호 조합’ 이지만 목동 내 단지별로 이 기준은 다릅니다. 가령 목동 7단지는 최대 8호 조합이고, 목동 6단지는 최대 16호 조합입니다. 목동 14개 단지 중 절반이 설계업체를 선정했는데 이 중에는 심의 기준 조합의 수를 초과한 계획안도 있습니다. 단지의 가치와 주거 품질을 높이려는 설계업체의 노력과 설계적 전략이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준은 되도록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향후 건축심의에서 설명하고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서울시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