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팔아 마련 자금 강남3구로 집중
증시 차익실현 매물 부동산 대체 재원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원천이 달라지고 있다. 은행 대출 한도가 묶이자 주식이나 채권을 처분해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토교통부의 서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서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총 2조 9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제한한 6·27 대책 시행 직후의 기록이다.
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 취득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서류다. 규제지역 내 모든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 매입 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 서류에 기재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 항목을 분석한 결과, 서울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 자본 시장 자금은 최근 3년 사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연도별 유입 규모를 보면 2022년 5765억원까지 감소했던 매각 대금은 2023년 1조 592억원으로 반등했다. 이어 2024년 2조 2545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3조 8916억원까지 불어났다. 매년 약 2배 가량 커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7개월 동안 투입된 금액은 2조3966억원에 달했다. 월별로는 지난해 9월(4631억원)과 10월(5760억원)에 자금 유입이 집중됐다.
10월은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돌파하며 고점을 찍었던 시기이자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를 추가로 제한한 10·15 대책이 발표된 달이다.
강남 3구 쏠림 현상 뚜렷
주식과 채권을 팔아 마련한 자금은 주로 서울 강남 지역에 집중됐다.
최근 7개월간 지역별 유입액을 살펴보면 강남구가 378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강남·서초·송파 등 소위 ‘강남 3구’로 흘러 들어간 자금은 총 9098억원으로 서울 전체 유입액의 37.9%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과 관련, 대출 규제와 증시 상황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 주택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증시 호황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부동산 시장의 대체 재원으로 활용됐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가증권 처분 소득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자산가들이 주식을 처분한 뒤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는 부동산을 매수하는 행위로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이같은 상황에 맞물려 부동산 거래 자금 출처 조사도 더욱 촘촘해졌다.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10일부터 자금조달계획서 항목에 가상화폐(코인) 매각 대금이 새롭게 포함됐다.
또한 해외 예금이나 대출 등 해외 자금 조달 내역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최근 주식 시장에서 얻은 수익을 내 집 마련의 기반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많이 보인다”면서 “주택은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거주 가치가 유지되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주식 매각 대금의 부동산 유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