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압박에 아파트 매물 증가세
호가 낮춰 내놓아도 ‘거래 절벽’
무주택자 한해 ‘세 낀 집’ 매입 허용
“대출 규제로 매입 쉽지 않아”
5월 9일. 일월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다가오면서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급매 물량이 늘고 있다. 다만 수요자들 입장에서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본격적인 거래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과 함께 퇴로를 열어주면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고강도 대출 규제에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14일 부동산플랫폼 아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10일 기준 6만417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방침을 밝인 지난달 23일(5만6219건) 대비 7.4%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압구정동의 경우 압구정현대1, 2차아파트는 최근 전용 161㎡가 호가 82억원에 나왔다. 지난달 실거래가 89억원이었는데 7억원이나 낮아졌다.
압구정신현대아파트도 최근 전용 183㎡이 92억원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12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0억원이 낮다. 압구정 현대는 양도세는 물론 보유세 부담도 커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 110㎡이 31억원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거래된 33억8000만원 대비 2억원 넘게 낮췄다.
현장에서는 매물이 나오더라도 기존 호가 대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된 영향이다.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 집을 내놨다가 거두는 매도인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있다”며 “고령층 중심으로 이제는 팔 때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주택자 갭투자?…현금 부자만 유리
매물이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줄 매수자가 제한적이다 보니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전·월세 세입자가 있는 경우 당장 매물을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토허구역에서는 매수자가 4개월 안에 실거주해야 한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2월 첫째 주 매수우위지수는 94.9로 전주 99.3보다 4.4포인트 떨어졌다. 2주 연속 하락이다. 매수우위지수는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늘면 높아지고 팔려는 사람이 늘면 낮아진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무주택자에 한해 ‘세 낀 집’을 사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어 5월 9일까지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운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서다.대출 제한으로 주택 거래가 늘지는 미지수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금 부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1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관련 보완책’을 발표했다.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을 완료했을 경우,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는 4개월 이내, 이 외 조정대상지역은 6개월 내 잔금 및 등기를 완료하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의 경우 무주택자에 한해 실거주 의무를 2년 유예해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허용된 것인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반 매매에 비해 대출 가능액이 적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에 있는 1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일반 매매할 때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는 6억원이다. 그러나 6억원 전세를 끼고 살 땐 후순위 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잔금을 치를 때 LTV(주택담보인정비율·규제지역 40%)를 적용한 대출 한도에서 전세금을 뺀 차액만큼을 후순위 대출로 받을 순 있으나, 이 사례에선 대출 가능액이 0원(6억원-6억원)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LTV 70%가 적용돼 산술적으론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후순위 대출은 변제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등 리스크가 커, 선순위 대비 금리가 높다. 은행 관계자는 “이론상 LTV 한도에서 전세금을 차감한 금액만큼 후순위 대출이 가능하긴 하나, 리스크가 높고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지침에 취급을 많이 하진 않는다”고 했다.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전세퇴거자금대출 최대 1억원이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은 임대차 계약 만료 때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목적의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로, 지난 6·27 대출 규제 때 한도가 최대 1억원으로 묶였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액 월세 주택의 경우 대출 한도가 일반 매매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 실거주 겸 상급지 선점을 위해 세입자 만기가 남은 다주택자의 급매물을 찾는 무주택자의 매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만기일에 맞춰 실입주를 해야 하고 대출 한도 역시 제약이 많아 ‘구매력을 갖춘 무주택자’에게 거래가 한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주택자 매물 증가가 거래량 증가·집값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단기에 많은 물량을 매도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시장 가격을 끌어내릴 정도의 유의미한 거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