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만기 연장 관행 공론화
투기용 대출 공정성 지적에
다주택자 과거 받은 대출 중
만기 연장 가능한 상품 파악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가능성
설 앞두고 서울 외곽 매물 쑥
일부선 '세 안고' 매물 재등장다주택자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대출 연장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을 긴급 소집해 다주택자 대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연일 높아지는 규제 불안감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저가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전 금융권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전국은행연합회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뿐 아니라 신협·농협·수협·새마을금고·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과 생·손보, 여신금융협회 등도 일괄 소집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 실태를 전 금융권에 걸쳐 세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형평성 관점에서 과거에 판매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전방위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다주택자들이 지난해 6·27 부동산 대책과 9·7 부동산 대책 등 고강도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받은 대출을 계속 유지하도록 두는 게 불합리한 측면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크게 주택담보대출과 임대사업자 대출로 나뉜다. 이 중 주담대의 경우 10여 년 이전 대출이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차주들이 만기일시상환·거치식 방식으로 주담대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매월 원금을 갚아 나가면서 만기 도래 시 자연스레 원금을 다 갚게 되는 분할상환 방식과 달리 만기일시상환 방식은 만기 도래 시 연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은 2015년 12·15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통해 분할상환을 주담대의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만기일시상환 대출의 약 90%가 만기일에 원금을 갚지 않고 연장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분할상환을 적극 유도해 나가기 시작했으나 당시 분할상환으로 갈아탄 차주들의 새로운 만기가 최소 10년, 길게는 30년이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다주택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금융당국은 임대주택사업자들에 대한 담보 대출 현황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임대주택사업자들이 받는 대출은 대부분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임대의무기간 종료 시점에 원금의 일부(5~10%)를 상환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이날 긴급회의를 주재한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면밀한 심사 없이 관행적으로 연장해줬던 것은 아닌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조속한 시일 내 합동 TF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현재 임대주택사업자 관련 대출이 주거가 아닌 상업용 부동산 위주라 관련 대출에 손을 댄다 해도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임대주택사업자 대출 잔액은 178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주거용 건물 임대사업자에게 나간 대출은 15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8.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비주거용 임대사업자에게 나간 대출이다.
한편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 가면서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시작된 매출 출회가 서울 외곽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745건으로, 이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를 저격한 글을 게시하기 시작한 지난달 23일(5만6219건) 대비 13.4% 늘었다. 특히 강남 3구와 한강 벨트가 주도했던 매물 증가세가 서울 외곽 지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13일 전날 대비 가장 높은 매물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동작구(3.9%)였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세 안고' 매물도 시장에 등장했다.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은 현재 7건의 '세 안고' 물건이 나와 있다. 전용 134㎡ 매물이 41억원에 올라와 있는데, 2028년 세입자 보증금 18억원을 지불하고 입주하는 조건이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에도 2년간 보증금 반환이 유예되는 매물이 나왔다. 서초구 반포자이 역시 내년 9월에 입주인 '세 안고' 매물이 등록돼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대폭 가격이 조정된 매물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는 강남 3구는 설 연휴 이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박재영 기자 / 이희수 기자 /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