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상속의 시대’에 들어섰다. 법정에서도 상속을 이유로 싸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생 동안 축적한 재산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상속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하고 미뤄두고 싶은 주제다. 살아 있을 때 가족들이 싸울까봐 꺼내기 어렵고, 막상 사망 이후에는 유언 등이 없어 준비 없는 분쟁이 시작되고, 그 끝은 종종 상처와 후회로 남는다.
상속은 사전에 설계된 전략 필요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관계, 세금, 법률, 가족간의 감정이 한꺼번에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다. 그래서 혼자 준비할 수 없는 문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상속이 개시되면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재산이 나뉘지만, 그 과정에서 상속인 간의 이해관계는 쉽게 충돌한다. “법대로 하면 된다.는 말은 쉽지만, 상속법은 각 가족의 사정과 감정까지 세밀하게 조정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상속에는 사전에 설계된 ‘전략’이 필요하다.
상속 전략이란 일부 자산가들만을 위한 절세 기술이 아니다. 자신의 재산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언제 이전할 것인지를 미리 정리하고,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과 과도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종합적인 준비를 의미한다. 전략이 없는 상속은 우연에 맡기는 상속이고, 그 결과는 가족 갈등과 재산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든 상속분쟁의 책임은 재산을 남겨놓은 고인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속 전략의 출발점 유언장 작성상속 전략의 출발점은 유언장 작성이다. 유언장이 없으면 상속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는 형식상 공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 재산 형성 과정, 피상속인의 진정한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언장은 자신의 뜻을 법적으로 명확히 남기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이며, 상속 분쟁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유언장의 작성을 미루는 것은 자신이 평생 일군 재산의 처분을 남에게 맡기는 것과 같다.
최근에는 금융기관을 통한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한 상속 설계도 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판단능력 저하나 치매에 대비해 생전 재산관리와 사후 이전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유언보다 유연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해, 현실적인 상속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으로 수신고가 2025년 연말 기준 4조원이 넘어선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지 알 수 있다.
상속 개시 후 상속재산 분할협의상속이 개시된 이후에는 상속재산분할협의가 핵심이 된다.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법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감정 소모가 크게 발생한다. 미리 분할의 원칙과 방향을 정해 두는 것만으로도 상당수의 분쟁은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실제 분쟁의 상당 부분은 유류분과 기여분 문제에서 발생한다. 유언이 있더라도 일정한 상속인은 최소한의 몫을 요구할 수 있고, 가족을 돌보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은 추가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유류분 제도는 앞으로 개정이 예정되어 있어 이에 대한 추이도 살펴야 한다.
상속 전략이 부재할 경우 문제는 분쟁에 그치지 않는다. 사전 설계 없이 상속이 이루어지면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부동산을 급히 처분하거나,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자산이 세금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개인의 손실을 넘어, 한 가정이 쌓아온 부가 단절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는 그동안 상속과 증여 문제를 다뤄오며,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상속증여 솔루션』이라는 책을 통해 상속을 둘러싼 법률·세무 문제를 정리해 왔다. 또한 법무법인 내에 안다상속연구소를 운영하며, 생전 설계 단계부터 사후 분쟁 예방까지를 아우르는 상속 컨설팅과 상속통합서비스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 상속은 더 이상 사후에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 생전에 준비해야 할 중요한 삶의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상속의 시대에 가장 큰 위험은 상속 그 자체가 아니라 아무런 전략 없이 상속을 맞이하는 것이다. 준비된 상속은 가족을 지키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속은 가족을 갈라놓는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