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압박에 강남 부동산도 흔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앞두고
한달새 압구정 매물 23% 증가
강남 압구정 신현대 전용183㎡
지난해 12월 128억에 팔렸지만
최근 호가 떨어져 92억 매물도◆ 다주택 양도중과 재개, 3040 자산지키기 ◆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이 확정되고 보유세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 강남 핵심지에서 호가를 수억 원 내린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지키기 위해 비교적 낮은 가격대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세금 부담이 큰 고가 자산을 먼저 처분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 부촌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직전 거래가 대비 30억원 이상 하락한 급매 매물까지 등장했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83㎡가 92억원의 가격표를 달고 시장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동일 평형 직전 거래가이자 역대 최고가인 128억원 대비 36억원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 동 기준 동일 평형 최고가(112억5000만원) 대비로도 20억원가량 낮은 호가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해당 매물은 갈아타기 거래를 위한 급매 매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2357건으로 연초 대비 9.3% 늘어났다. 특히 송파구(33.1%)와 광진구(30.7%), 성동구(29.4%), 서초구(23.3%), 강남구(20.5%)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부촌 1번지'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동은 이 기간 매물이 1139건에서 1398건으로 늘어나며 증가율 22.7%를 기록했다. 매물이 늘어나면서 호가는 떨어지고 있다. 압구정 현대6·7차의 경우 지난해 7월 신고가인 89억원에 마지막으로 거래됐으나 현재 80억원대 초반에 매물이 나와 있다.
압구정동에서 시작된 호가 내림세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도 퍼지고 있다. 송파구 최대 규모(9510가구) 단지인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까지 30억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나온 매물은 20억원대 후반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매도 호가가 낮아지는 가운데 집값 상승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둘째 주(지난 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22% 상승하며 전주(0.27%)보다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특히 강남은 이번주 0.02%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울에서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주(0.07%)보다도 상승폭이 축소된 모습이다. 이외에 서초(0.21%→0.13%), 송파(0.18%→0.09%), 용산(0.19%→0.17%) 등 선호 지역에서 둔화한 상승세를 보였다. 성동(0.36%→0.34%), 동작(0.29%→0.18%), 강동(0.29%→0.18%) 등도 상승폭이 축소됐다.
이와 함께 전세가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11%로 전주(0.13%)보다 낮아졌다. 반면 중저가 매물이 많은 서울 외곽의 아파트 매매가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관악(0.57%→0.4%)은 전주 대비 상승폭이 꺾였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포(0.26%→0.28%), 광진(0.21%→0.23%) 등 일부 한강 벨트를 비롯해 중랑(0.08%→0.13%), 강북(0.07%→0.11%), 은평(0.22%→0.25%) 등의 상승폭은 소폭 확대됐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 3구나 마포·용산·성동구 등 세금 부담이 큰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들이 더 출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5월 9일이 지나고 양도세 중과가 실제 시행되면 다시 시장에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현재 강남권·한강 벨트 중심의 매물 증가 추세가 점차 외곽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도 "가격이 막 상승하기 시작한 외곽·중저가 지역의 경우 전월세 매물 감소 추세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실수요 유입이 꾸준해 매물 소진 속도도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