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낀' 매물 일시 허용에 … 급매물 나오고 호가 뚝뚝
서울 25개區 모두 매물 늘어
잠실선 호가 5억 낮춘 매물도
전월세 품귀 현상은 더 심화
대단지도 전세매물 씨말라정부가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지 하루 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이 1300건 이상 쏟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 나가자, 전월세를 놓기보다는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돌아선 다주택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반면 매매 물량이 늘어나는 동안 전월세 매물은 반대로 줄어들면서 일부 대단지 아파트에선 전세 자체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임대 매물이 없어지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론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1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에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1755건으로 전날(6만417건)보다 1338건 늘었다. 지난해 10월 11일 하루 동안 매매 매물이 1827건 증가한 이후 4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날은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매물이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는 서대문구에서 매물이 전날보다 소폭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 10일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까지 처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준 결과다. 원칙상 다주택자 매물 중 임차 기간이 길게 남아 있으면, 이 주택은 팔 수가 없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선 토지거래 허가를 받고 4개월 내 매수인이 실입주해야 하는데, 새 매수자가 임차인을 강제로 내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5월 9일 이후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겠다고 못을 박자, 세금 폭탄이 두려운 다주택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또 1주택자 장기보유 특별공제의 혜택도 축소되고 보유세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일부 1주택자도 가격이 더 저렴한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해 매도를 결정한 영향도 있다.
급매물들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시장에선 일부 매물 호가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송파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전용면적 110㎡ 호가를 30억원까지 내린 매물이 나왔다. 같은 면적대 매물이 지난해 12월 35억1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억원 넘게 가격을 낮춘 것이다. 급매물을 받고 있는 중개업소들 얘기로는 다주택 중과유예를 받으려는 움직임과 함께 향후 보유세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이참에 매각하자'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잠실동 한 중개업소는 "올 들어서도 집값이 많이 올랐다 보니 고령의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의 경우 향후 보유세 걱정까지 안 할 수 없다"며 "하지만 매수자들은 향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움직이지 않고 있어 실거래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주택자들이 전월세를 놓는 대신 아파트 매도를 택하자 전월세 매물은 줄어들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9642건으로 올해 초(1월 1일·4만4424건)에 비해 10.7% 감소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노원구가 1월 1일 1198건에서 2월 10일 782건으로 전월세 매물이 34.7% 줄었다. 25개 자치구 중 가장 감소폭이 컸다. 다음으로 구로구(-29.1%) 동대문구(-29%) 은평구(-28.1%) 중랑·도봉구(-28%) 순으로,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매물 감소폭이 컸다.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뿐인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11일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강북구 미아동의 3830가구 대단지 SK북한산시티 전세 매물은 6건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노원구 중계동의 중계무지개(2433가구, 전세 매물 8건), 도봉구 창동의 북한산아이파크(2061가구, 전세 매물 6건),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3544가구, 전세 매물 6건),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대림 1·2차(2298가구, 전세 매물 9건) 등은 전세 매물 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강북구 미아뉴타운에서 가장 큰 SK북한산시티 인근 P공인중개사 관계자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 지금 전용면적 84㎡ 전세 물건은 딱 한 건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장소희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부동산 전문위원은 "가뜩이나 공급 부족과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서울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었다"면서 "다주택자 물건마저 매도가 많아지면, 단기적으로 전월세 매물 수가 더 줄어 임차인의 주거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추가로 축소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전월세 시장은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주택임대사업자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가 1순위다. 필요하다면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 박재영 기자 /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