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다주택처분 압박 이후
보름 새 서울 매물 7.5% 증가
한강벨트 이어 외곽까지 확산
매수보다 매물 증가 속도 빨라
5월까지 추가매물 나올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 한강벨트 지역뿐 아니라 외곽지역 아파트 매물까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매수세가 가팔라진 외곽지역에서 매물이 증가한다는 점은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까지 팔 수 있도록 조치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10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에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6만417건으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를 저격한 글을 게시하기 시작한 1월 23일(5만6219건) 대비 보름 만에 7.5%가량 늘어났다. 자치구별로는 25개 자치구 중 강북·성북·금천·구로구 등 4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매물이 많아졌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권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매물 수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동구의 아파트 매물 수는 1212건에서 1481건으로 22.2% 늘었다. 강남구의 매물 수도 7585건에서 8405건으로 10.8% 많아졌다. 서초구의 매물 수도 6267건에서 6981건으로 11.4% 많아졌다.
실제로 강남권에선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 역시 매물을 내놓고 있는 분위기다. 다주택자의 경우 오는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가 예고되며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서다. 1주택자 역시 향후 보유세 인상 가능성 등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주택을 처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 매물도 있지만, 나중에 보유세 강화를 걱정하는 1주택자의 매물도 많다”며 “특히 고령층 위주로 아파트 크기를 줄이고 차익은 자식에게 증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강남권뿐 아니라 서울 외곽지역까지 매물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준 노원구의 아파트 매물 수는 4559건으로 지난 1월 23일(4470건)보다 2% 증가했다. 도봉구 역시 같은 기간 매물 수가 3.5% 늘었다. 동대문구 또한 매물 수가 1515건에서 1682건으로 11% 많아졌다.
최근 매수세가 붙은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매물이 소진되는 속도보다 새로 시장에 등장하는 매물이 더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새올 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지난 1월 6~23일까지 18일 동안 노원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624건이었는데, 1월 24일~2월 10일까지 18일 동안 648건으로 4% 가량 증가했다. 도봉구 역시 같은 기간 신청 건수가 146건에서 157건으로 7.5%나 늘었다.
반면 한강벨트의 경우 매수세가 떨어져 매물이 쌓이는 속도도 더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강남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144건에서 118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서초구도 112건에서 99건으로, 성동구도 104건에서 88건으로 매수세가 꺾였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전반적으로 매물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리자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아파트 갈아타기를 목적으로 매물을 내놓는 1주택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 정부가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도 팔 수 있는 활로를 열어주며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임차인의 임차 기간을 보장하면서도 5월 9일까지 매수자가 세 낀 물건을 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현재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다주택자뿐 아니라 일부 아파트 갈아타기를 노리는 이들의 매물도 포함돼 있다”며 “정부가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도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매물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