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서울 고소득 전문직도 집 못 사”
대출 강화에 주택 수요자 부담 커져
“대출 규제만으로 상승세를 못막을 것
천정부지 서울 집값 때문에 젊은 직장인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산산조각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눈길을 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금융권에 종사하는 이보현 씨(33세)의 사례를 들어 한국 최고 명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사람조차 서울의 내 집 마련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2010년 서울에 온 이후 16년 동안 7번의 이사를 다니고 기숙사와 월세방을 전전했지만 집을 사지 못했다. 2010년대 중반 이 씨가 매매를 고려했던 4억원 짜리 주택은 현재 가격이 세 배로 올랐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마저 월급만으로는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짚은뒤 “서울 부동산 시장 상승은 추상적인 차트가 아니라 점점 내 집 마련이 멀어지는 현실”이라며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30대에 이러한 압박은 이미 낮은 한국의 결혼 및 출산율을 악화시켜 국가 전체의 인구 구조적 문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정부가 강하게 대출을 조이면서 무주택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문턱을 높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처럼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규제를 적용하는 곳은 드물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이씨는 블룸버그에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납부할 여력이 있지만 엄격한 대출 한도 때문에 사실상 주택 구입이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반복적인 부동산 시장 개입으로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지나치게 가혹해졌다”고 토로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로 동일한 시장(서울 주택 시장)을 겨냥한 여러 규제가 동시에 도입된 점이라고 꼽았다. 다양한 규제의 빠른 시행이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은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 대출 규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는 선진국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공급 부족이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 가격이 급등한 이후 부동산은 한국 경제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가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출 강화로 주택 수요자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제·규제 부담으로 주택 매도도 어려워져 주택 수요·공급 양측의 여건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가계의 실수를 용납할 여지가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며 “규제 강화로 만들어진 ‘똘똘한 한 채’ 전략이 결국 주택 수요자들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