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세 주춤
다주택자 급매로 시세 하락
강남3구 노년층 매도 48%↑
李대통령 '똘똘한 한채' 압박
장특공 축소·보유세 인상 우려"정부가 계속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는데 불안할 수밖에 없죠. 양도세와 보유세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매물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개포동 A공인중개업소)
2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7%로 집계됐다. 올해 처음으로 오름폭이 둔화됐다. 다주택자들이 정해진 기한(양도세 중과유예 종료시점) 안에 팔아야 하다보니 급매로 나오는 매물이 시세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매일경제신문사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마포·용산·성동 등) 부동산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물 호가가 조금씩 내려가는 분위기였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 저층 매물은 호가를 1억원 낮추며 23억원에 나왔다. 같은 평형이 지난해 10월 23억3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하락 거래가 예상된다.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는 지난 24일 37억5000만원에 계약되며 직전 거래(39억원)보다 무려 1억5000만원 낮게 매매됐다.
이들 지역은 모두 최근 아파트 매물이 증가한 곳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등록된 매물을 기준으로 보면 1월 1일(1368건)부터 2월 4일(1678건)까지 강남구 개포동의 매물은 2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마포구 아현동의 매물도 193건에서 222건으로 15% 늘어났다.
서울은 지난해 6·27대책과 10·15대책 등 규제가 쏟아지며 매물이 계속 줄어왔다. 하지만 1월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규제 및 세금 부담 강화를 연일 강조하면서 아파트를 장기 보유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법원등기정보광장의 통계를 보면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의 70대 이상 매도자 수는 지난해 10월 2418명에서 11월 2097명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1월 다시 2755명으로 늘어났다. 강남3구로 지역을 좁혀보면 11월 448명이었던 70대 이상 매도자 수는 지난 1월 663명으로 48.0%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강공 발언'까지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 긴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주택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이 길수록 양도차익의 일부를 공제하는 제도로, 1주택자의 경우 최대 8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에도 10년 이상 보유 시 양도차익 5억원 미만은 40% 공제를 유지하지만 5억~10억원 미만은 30%, 10억~20억원 이하는 20%, 20억원 초과는 10%로 공제율을 차등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점옥 신한투자증권 패스파인더 세무전문위원이 이 같은 안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해보니 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전용 84㎡)를 17억원에 취득해 10년 보유·거주한 뒤 55억원에 매도했을 경우 지금은 2억3382만원인 양도세가 6억6153만원으로 2.8배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 보유 요건은 사라지고 거주 요건만 남을 가능성과 공제율 자체가 내려갈 가능성 등이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보유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조치와 보유세 강화 카드를 연계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관련 세제의 틀을 손볼 필요가 있는 만큼 올해 중 개선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한편 서울 외곽 지역인 관악구는 0.57% 오르며 2주 연속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악구는 봉천·신림동 대단지 위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구로구(0.33%→0.34%), 도봉구(0.16%→0.17%), 은평구(0.21%→0.22%)도 소폭 상승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세금 부담 우려로 강남권에서는 매물 출회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서울 중저가 지역 및 경기도 비규제지역 중심으로 실수요 유입이 여전히 꾸준하다"고 평가했다.
[위지혜 기자 /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