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용산과 경기도 과천에 2만가구 규모의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걱정되는 대목은 도시의 수용 가능 범위를 고려했는지다. 도로와 지하철 노선 같은 기반시설은 무한정 확장할 수 있는 고무줄이 아니다.
과천시는 4곳의 공공주택지구가 공사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물량을 쏟아붓는 것은 도시의 기존 수용량을 넘어서는 처사라며 반발한다. 용산구 역시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와중에 1만가구가 추가로 들어설 경우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한 과부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에만 집중해 정작 ‘도시 동맥’인 기반시설은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소통 부재도 지적된다. 지방자치단체와 원만히 합의했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대상지의 절반 이상은 일방적 통보였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과천 경마공원 용지는 광역교통 대책 수립 시점조차 ‘시설 이전 이후’로 미뤄둔 상태다. 이미 포화 상태인 남태령고개와 선바위, 양재대로 인근에 수만 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단지가 건설 중인데, 1만가구 추가 공급부터 발표하고 교통 대책은 나중에 짜겠다는 건 행정편의주의다.
수원과 안양 등 경기 남부 주민이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유일한 관문인 남태령은 이미 시속 18.9㎞의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남태령에서 사당, 이수, 반포로 이어지는 도로는 도심과 밀착돼 있어 물리적 확장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광역버스나 지하철역 추가 등 미봉책으론 해결이 불가능한 고질적 정체 구간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밀한 시뮬레이션 없이 숫자부터 던져놓고 나중에 부랴부랴 방편을 내놓는 악습을 반복하고 있다.
‘주택을 빵처럼 찍어낸들’ 집을 나선 차들이 도로 위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지하에서는 제2, 3의 김포 골드라인이 재연된다면 주거 안정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제대로 된 길 없이 집만 짓는 것은 입주민에게 안락함 대신 출퇴근의 고통을 분양하는 것과 다름없다.
[홍혜진 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