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강북 월세 20% 이상 뛰어
서초·송파보다 상승률 2배 높아
전세대출 규제에 외곽 수요 몰려
SK북한산시티 340만원 ‘최고가’
강남, 월세 대신 보증금 인상추세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실수요자가 많은 서울 외곽지역의 월세가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규제로 전세 매물이 급감한 가운데 대출도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외곽에 임차인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월세 절대 금액은 강남이나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월세 상승률이 높은 만큼 주거비 부담 압박은 훨씬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서 작년 11월과 12월 두 달간 거래된 서울 아파트(전용면적 60~85㎡) 신규 월세 계약을 분석한 결과 평균 월세는 180만9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172만8000원) 4.7% 올랐다. 평균 보증금은 1년 전보다 8.3% 오른 3억2094만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월세와 보증금이 동반 상승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주거비 압박에는 자치구별 온도 차가 있다. 강북구의 평균 월세 상승폭은 28.4%(105만5000원→135만4000원)로 가장 높았다. 이는 서초구(11.5%)나 송파구(9.2%)의 월세 상승률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이어 은평구(27.1%), 강서구(13.1%), 구로구(11.8%) 등 순으로 월세 상승폭이 컸다. 이들 자치구의 평균 보증금은 오히려 줄거나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월세화가 진행된 셈이다.
실제 작년 12월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보증금 2000만원, 월세 34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월세 금액은 작년 신규 계약을 통틀어 가장 비쌌다. 강북구는 작년 11월과 12월 아파트 전용면적 84㎡ 기준 신규 월세 계약(35개) 중 27개(77%)가 100만원이 넘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북 월세가 싸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며 “전세사기 걱정 때문에 높은 월세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출이 막힌 탓에 비싼 월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된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강남권에서는 월세보다 보증금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강남구 평균 월세는 241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줄어든 반면 보증금은 4억7229만원으로 12.5% 뛰었다. 송파구 보증금 상승률(26.9%)은 월세 상승률(9.2%)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권 세입자들은 자녀 교육 등 거주 목적이 분명한 데다 정부가 대출을 규제해도 자금 동원력을 갖춘 가구가 많아 고액의 보증금을 감당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동·마포·광진구 등 강북 한강벨트도 대체로 월세보다 보증금을 더 올리는 형태로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앞으로도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월세 또한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 공급 절벽 속에 정부 규제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면서 임대인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1년 새 21.2% 줄었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은 13.9% 늘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보유세 인상 등 세금 규제에 나서면 월세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세 부담은 결국 월세를 통해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시장은 오는 5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로 얼마나 많은 매물이 나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관련해 정부가 적절한 보완 조치로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 매물 출회가 늘면 임차인에게도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구입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