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예고 후 시장반응
성동 등 한강벨트 일대 아파트
주말새 매물 2~4% 늘어나고
세부담에 호가 낮춘 매물 속속
수요자도 ‘관망’ 거래는 없어
대출·토허제 등 규제가 변수
다시 ‘매물 잠김’ 가능성도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손질을 예고하면서 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 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지난 23일 이후 강남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소폭 늘어나며 호가도 조정되는 양상이 관측된다. 다만 강력한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중첩 규제로 실거래로 바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장기적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677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 방침 발표 직전인 22일(5만6216건) 대비 약 1% 증가한 수치다.
매물 증가세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성동구 등에서 두드러졌다. 이 기간 송파구가 3471건에서 3633건으로 4.6% 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고 서초구 역시 6197건에서 6392건으로 늘어나며 3.1%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 밖에 용산구(2.6%)와 성동구(2.4%), 강남구(2.2%)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매물이 쌓이는 속도가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세금 부담을 느낀 일부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매도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와 대장주 아파트에서는 직전 최고가 대비 가격을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압구정현대 6·7차 전용 157㎡의 경우 지난해 7월 1층 매물이 89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으나 현재 시장에는 저층 매물이 83억원대에 나와 있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다는 소식에 소수이긴 하지만 급매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중·고층 매물 중에서도 집주인이 급매를 원해 85억원까지 네고해볼 만한 물건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압구정현대3차 역시 전용 82㎡가 지난해 11월 60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57억원에 급매 매물이 나와 있다. 압구정현대 4차 전용 117㎡ 역시 지난해 4월 실거래가(75억 원)보다 낮은 72억원대부터 매도 호가가 형성돼 있다.
마포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해 전용 84㎡가 최고가인 27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25억원대에도 같은 평형대 매물이 나와 있다. 강동구의 올림픽파크포레온도 최근 다주택자들의 매도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격 조정세가 시장 전반의 하락세로 이어지기에는 변수가 많다고 지적한다. 10·15 대책 이후 강화된 대출 규제와 강남·용산 일대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탓에 거래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까지 남은 기간은 100일 남짓인데 전세를 낀 매물의 경우 사실상 매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절세 매물이 일부 소화되거나 호가 조정이 일어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장은 매물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5월 9일까지 계약분에 한해 유예를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지만, 현재의 대출 및 거래 규제 상황에서 100일 안에 매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소장은 “시행 초기에는 심리적 압박으로 매물이 나오며 호가가 눌릴 수 있겠으나, 결국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다주택자들은 증여로 돌리거나 세금을 안고 가는 ‘버티기’를 택할 공산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시장에 유통 가능한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매물 잠김’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