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재정비사업 통합 심의 협의’ 문서 보내
“발굴 조사 완료 없이 공사 불가”
30일까지 유네스코 답변 요구
“서울시 회신 없으면 유네스코 실사 요청”
서울 종로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 추진을 본격화하려 하자 국가유산청이 강하게 반발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이달 말까지 유네스코의 공식 서한에 답하지 않으면 현장 실사를 요청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종로구는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정비사업을 통합 심의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최근 국가유산청에 보냈다.
이와 관련 국가유산청은 “종로구가 추진하고자 하는 ‘세운4구역 재정비사업 통합 심의’는 세계유산 종묘 보존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라면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종로구 측은 지난해 10월 말 서울시가 세운4구역에 들어설 수 있는 건물 높이를 최고 71.9m에서 145m로 변경한 점을 거론하며 국가유산청에 협의 및 검토 의견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자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종로구, 국가유산청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수 년간 심의와 협의, 재검토를 거쳐 도출한 조정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은 현 상황에서는 공사 진행이 어렵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세운4구역 일대는 2022년 시굴 조사를 거쳐 약 2년간 발굴 조사가 진행됐다.
한울문화유산연구원·한강문화유산연구원·수도문물연구원 등 3곳이 구역을 나눠 조사한 결과, 이 일대에서는 조선시대 도로 체계를 엿볼 수 있는 흔적 등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세운상가와 인접한 ‘가’ 조사 지역에서는 이문(里門), 배수로 흔적도 확인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이문은 마을을 보호하고 침입자를 단속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세운 인공적 장치를 의미한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시행자) 측은 유구(遺構·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 보존 방안을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에 제출했으나, 심의가 보류된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류된 상황”이라며 “SH공사 측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심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발굴 조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국가유산청은 “현재 상황은 단순한 행정 절차상의 부득이한 지연이 아니라 매장유산과 관련한 법정 절차의 불이행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로구는 위원회 심의 결과가 충분히 반영된 최종 설계도서를 마련해 통합 심의를 진행하는 것이 절차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유네스코의 공식 서한에도 답할 것을 촉구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지난해 3월과 11월 두 차례 한국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종묘 앞 재정비사업이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11월 보낸 서한에서는 세계유산영향평가(HIA) 결과를 센터에 제출하고, 공식 자문기구의 검토가 끝날 때까지 사업 승인을 중단하라고 명시했다.
유네스코는 한 달 이내에 회신해 달라고 했으나, 서울시는 별도 자료를 제출하거나 유네스코 요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국가유산청은 “1월 30일까지 서울시의 회신이 없으면 해당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공유하는 한편, 종묘 앞 개발 사업에 대한 현장실사를 즉각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묘 앞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세계유산영향평가를 1년 안에 끝낼 수 있도록 절차를 최소화하겠다며 평가 이행을 재차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법적으로 세운4구역이 유산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