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 과연 재생에너지인가’ 국회 토론회
공기열을 난방·온수에 활용하는 히트펌프에 대해 재생에너지 인정을 서두르기보다 성능기준 설계 등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소희 의원(국민의힘)이 21일 개최한 ‘히트펌프, 과연 재생에너지인가’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인정 확대를 둘러싼 쟁점과 제도 개선 방향을 놓고 집중 토론이 벌어졌다.
홍희기 경희대 교수는 공기열 히트펌프의 총 공급 열량을 재생에너지로 간주하는 접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력 투입분과 전력 생산 과정의 화석연료 기여까지 고려해 재생 열량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성능이 낮은 설비는 오히려 탄소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실측 기반 성능 기준과 검증 체계가 우선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용훈 숙명여대 교수는 공동 주택 급탕 응답성 저하와 축열조·보조열원 등 부대 설비 비용 증가 등 시장·수용성 측면의 리스크를 짚었다. 임 교수는 “유럽 수치를 단순 적용하기보다 국내 전력 믹스와 기후 조건을 반영한 실제 운전 효율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승환 서울시 건축설비팀장은 “설치 의무만 맞추고 실제 운영되지 않는 설비가 반복돼 왔다”며 “기준과 운영관리 체계가 미비할 경우 같은 실패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치 시점 성능 중심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운영평가(실측) 체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사례처럼 구동 전력 투입분을 제외한 잔여 열량만 재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기열 히트펌프가 새로운 장비인 만큼 국민적 합의와 국회 논의를 바탕으로 법률을 정비해야 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창현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공기열 히트펌프를 시행령 개정으로 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식은 위임 입법 한계를 벗어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병철 기후에너지환경부 과장은 “정책 대상은 상업용 시스템에어컨이 아닌 난방·급탕용 공기-물 방식 설비에 한정되며,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으로 유럽 SPF(계절성능계수) 2.875보다 높은 수준과 지역별 가중치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설치 지원 예산 145억 원은 온난 지역 중심의 시범 사업이며 업계의 의견 수렴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의원은 “열 부문 저탄소 전환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부 지원으로 설치만 하고 작동하지 않는 설비가 장기간 방치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운영평가(실측) 체계 제도화 등 실질적인 건물 부문 저탄소 전환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