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목동·여의도 주요 재건축, 상가 빼고 사업 진행
대치우성1차·쌍용2차 재건축
상가 아예 제외하고 사업 추진
강남 대장아파트 원베일리도
1층 상가 일부는 여전히 공실아파트 상가 공실이 늘어나면서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현장에서는 상가를 아예 짓지 않거나 규모를 대폭 줄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가 분양 실패 위험과 소유주 간 갈등이 겹치자 조합과 상가 소유주 모두 '상가 없는 재건축'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치우성 1차·대치쌍용 2차'는 상가 소유주 동의를 거쳐 새 상가를 짓지 않기로 결정한 대표적 사례다. 상가를 새로 분양받기보다 아파트 입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자산 가치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송파구 '잠실우성 4차' 역시 조합과 상가 소유주가 협의 끝에 상가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를 유지하더라도 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개별 분양 대신 통매각을 추진하거나 가격을 낮춰서라도 빠르게 처분하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메이플자이'는 상가 통매각이 한 차례 유찰된 뒤 입찰 기준가를 10% 낮추고서야 낙찰자를 찾았다.
상가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정비구역에서 상가 자체를 제외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양천구 '목동 8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말 상가를 제척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영등포구 '여의도 진주아파트'도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단지 내 상가를 정비구역에서 제외했다. 상가 소유주에게 아파트 입주권을 어떻게 부여할지를 두고 갈등이 반복되자 아예 상가를 없애는 방식으로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재건축 현장에서 상가가 외면받는 배경에는 상가 시장 전반의 구조적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은 9.3%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3분기 8.3%, 2024년 3분기 9.1%에 이어 꾸준히 상승한 수치다.
온라인 쇼핑 확산은 상가 수요를 근본적으로 잠식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36조6008억원에서 2024년 259조4318억원으로 약 90%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1월까지 247조8084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27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밤 주문해 다음 날 아침에 상품을 받는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생활밀착형 상가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강남권 신축 대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는 상가의 핵심으로 꼽히는 1층에서도 공실이 확인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1층은 임대료가 가장 비싸 공실이 먼저 발생한다"며 "온라인 쇼핑의 영향으로 병원을 제외하면 상가에 꼭 들어와야 할 업종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가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상가 소유주의 선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상가가 선호됐지만, 지금은 공실 위험과 자산 가치 정체가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 상가를 받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가치 상승 여력이 큰 아파트 입주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변화도 한 배경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상가 등 비주거시설 의무 설치 비율을 완화했다.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건축물의 비주거시설 의무 비율은 기존 연면적 20%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낮아졌고, 일반·근린상업지역에 임대주택이나 공공기숙사를 짓는 경우 100% 주거 건축도 허용했다. 일반주거지역에는 애초 상가 의무 비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상가를 아파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권리가액 산정비율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서초구 '신반포 2차' 재건축에서는 상가 산정비율을 낮춘 조합 결정을 두고 일부 조합원이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산정비율이 낮을수록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인 만큼 조합원 간 이해 충돌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