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인구 감소에 지방 위축
중견사들마저 법정관리·회생
호반·우미·제일 등 건설사들
수도권 중심으로 사업축 재편지방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건설사들이 앞다퉈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이 미분양과 인구 감소로 급속히 위축되면서 지역에만 머물러서는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호반건설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서울사무소를 개소하며 서울·수도권 도시정비사업 강화에 나섰다. 광주에서 출발한 우미건설은 현재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제일건설 역시 광주 본사는 유지한 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지사를 두고 수도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를 기반으로 한 중흥건설도 본사 인력 일부를 서울로 이전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주·개발·기획 등 핵심 기능을 수도권에 두고, 광주 본사는 유지하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실제 의사 결정과 사업의 중심이 서울로 옮겨지는 셈이다.
이 같은 '탈지방' 현상의 근본 원인은 지방 주택시장의 급격한 침체에 있다. 국토교통부 '2025년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공동주택 분양 물량은 18만2000여 가구로 전년보다 약 14% 감소했다. 수도권은 감소폭이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비수도권 분양 물량은 20% 이상 줄어 지방에서 신규 공급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미분양도 지방에 쌓이고 있다. 같은 통계에서 2025년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794가구,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166가구로 집계됐다. 이미 지어 놓고도 팔리지 않는 물량이 늘면서 건설사의 자금 회수와 금융권 신용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의 도시정비사업은 상대적으로 활기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통계누리 '도시정비사업 현황'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의 사업 완료 주택 수는 6만990가구로, 전국 20만4856가구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미 공급이 끝난 정비사업 물량 10가구 중 3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방 건설사들의 '이전'이 아니라 '퇴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남 장성에 본사를 둔 삼일건설은 최근 광주지방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해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앞서 광주에 기반을 둔 유탑건설과 유탑엔지니어링, 유탑디앤씨 등도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지방 건설업계는 이 같은 위기 국면 속에서도 반등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는 "2026년을 지방 주택시장 반등을 위한 대전환의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현재 지역 주택시장이 인구 구조적 감소와 실물경제 장기 침체, 주택 수요 급감이 겹친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일부에서 회복 신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는 공급 물량 감소에 따른 수급 불균형 완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실수요자 부담 경감,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의 지역 맞춤형 부동산 대책 가능성 등을 긍정적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들 요인이 맞물릴 경우 지역 주택시장이 반등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협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향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세제 지원 확대와 가계대출 규제 완화,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선, 공공택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방식 보완, 민간 건설 임대주택에 대한 도시기금 지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 5월 도입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감정평가 인정제도로 인해 민간 임대주택 사업이 크게 위축됐다며 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갑렬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장은 "광주·전남의 주택업체들은 수차례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왔다"며 "지금의 어려움 역시 반등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광주 송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