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위장미혼’ 의혹 커지자
국토부 “부정청약 확인할것”
매해 조사로 수백건 적발돼도
서류만 완벽하면 무사 통과
의료기록 등 실주거 본다지만
같은 서울이면 잡기 힘들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년 전 ‘로또 청약’으로 불린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서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당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청약제도 자체와 정부의 부정청약 단속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불똥’을 맞게 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부정청약’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
9일 국토부에 따르면 원펜타스 분양이 있던 2024년 하반기에 국토부는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 40곳을 점검했고, 총 390건의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이 중에는 이 후보자가 소유한 원펜타스에서 청약가점 만점인 84점을 받은 청약통장 4건 중 1건에서 위장 전입 사실도 밝혀졌다. 이 케이스는 자녀가 노부모를 위장 전입시킨 케이스였다. 하지만 반대로 분가한 자녀를 부양가족으로 산입한 이 후보자는 정부 조사 과정에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남편 김영세 연세대 교수는 2024년 7월 19일 모집공고된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면적 137.6㎡(137A형)에 청약을 넣어 일반공급 1순위로 당첨됐다. 당시 김 교수는 137A형 당첨자 중 최저 가점(74점)으로 턱걸이 당첨됐다. 무주택기간(32점)과 청약저축 가입기간(17점) 모두 만점에 부양가족 수 4명(이 후보자와 아들 3명) 가점 25점을 더했다. 36억7840만원에 분양받은 이 아파트 시세는 현재 약 90억원이다.
문제는 2023년부터 사실상 분가한 것으로 보이는 장남 김 모씨가 부양가족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김씨는 2023년 8월 세종시 소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입사해 해당 지역에서 실거주했다. 그해 12월에는 결혼도 했다. 김씨는 부인과 공동명의로 2023년 12월에 7억3000만원을 주고 용산의 한 아파트에 신혼집 전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김씨는 결혼 이후에도 전입신고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버지인 김 교수 아래 세대원 신분을 유지했다. 만일 김씨가 취업이나 결혼을 이유로 세대원에서 이탈했다면 원펜타스 당첨은 어려웠다. 청약가점이 69점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김씨는 청약 당첨 이후 용산 전셋집으로 주소를 옮겼다.
청약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 집안 사례가 ‘위장 미혼’ 혹은 ‘위장 전입’에 저촉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청약 당시 자녀가 부양가족으로 인정받으려면 미혼이면서 같은 주민등록 소재지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결혼 이후에도 혼인신고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던 이 후보자 장남의 가점으로 청약에 당첨됐다면 부정청약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 주택법(65조)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증서나 지위 또는 주택을 공급받을 경우 이를 공급질서 교란행위로 규정하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주택법에 따라 아파트 공급계약을 취소한다”고 규정한다. 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있다. 실제로 국토부도 이 후보자 사례가 부정청약에 해당하는지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위장 전입과 위장 미혼 등 사례는 ‘제보’ 없이는 사실상 적발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부정청약은 아파트 평형보다 당첨자가 신고한 부양가족 수가 과도하게 많은 등 의심 정황이 포착될 경우 수사기관에 사실관계 확인을 의뢰하게 된다. 이 후보자처럼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다면 사실상 정부가 불법 여부를 걸러낼 수 없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최근 부정청약을 뿌리 뽑겠다며 검증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부모 등 직계존속을 부양가족으로 올려 점수를 받는 ‘위장 합가’를 막기 위해 당첨자에게 ‘3년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병원 진료 기록) 제출을 의무화했다. 세대원이 해당 주소지에 거주하며 병원을 이용했는지 확인해 전입신고의 진위를 가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역시 서울 내 가까운 거리에서 분가가 이뤄진 경우라면 실거주 여부를 걸러내기가 어렵고, 그마저도 병원에 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로또 청약’,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유리한 청약가점제 등이 얽힌 결과로 해석한다. 실제로 최근 신혼부부들 중에는 청약 당첨을 위해 결혼 이후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장은 “청약자 입장에서 분가하거나 혼인신고를 하면 점수가 깎이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그렇다고 부양가족 요건을 없애는 건 실제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고가점자들에겐 충격이 있어 정부 차원의 세밀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